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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사회공공부문 대상, 서울대학교 관정도서관

본관 도서관 'ㄱ자'로 품은 듯… 신·구 조화 이뤄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
관정관이 기존 중앙도서관 본관을 '기역(ㄱ)'자 형태로 감싸 안아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
빛의 방향과 색깔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관악산을 온 몸으로 담고 있는 입면 모습.
유태용 테제건축사사무소 대표

40여년의 세월 만큼 빛바랜 갈색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푸른 빛을 머금고 있는 건물 하나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다. 하늘 색깔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주변 건물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존재감을 뽐내다가도 해 질 녘 무렵이면 차분한 금빛으로 다시 한번 물들며 다른 건물들의 낡은 갈색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서울대학교가 40여년 만에 갖게 된 또 다른 중앙도서관 '관정관'은 건물 전체가 바깥을 비추는 알루미늄 패널로 구성되어 있어 하늘이 변하는 속도 만큼 시시각각 다른 인상으로 다가온다.

관정관은 입지 선정에서부터 설계자에게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서울대 캠퍼스의 중심에 위치한 중앙도서관 본관과의 연계를 위해 다른 부지가 아닌 본관 주변의 좁은 부지에 지어야 하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관악산의 건축고도 제한과 주변 건물과의 조화 등의 문제로 인해 고층 건물로 짓는 것도 불가능했다. 유태용 테제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 같은 불리함을 독특한 설계로 극복했다. 본관 건물을 '기역(ㄱ)'자 형태로 뒤에서 감싸 안는 듯한 모습으로 관정관을 짓기로 한 것이다. 본관 건물과의 연결성을 극대화하면서 최대한 넓은 면적으로 관정관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설계안이 마련되자 이번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닥쳐오기 시작했다. 국내 건축물 중 가장 긴 165m 길이의 건물을 어떻게 본관 위로 올릴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다. 본관 윗부분을 지지대로 삼기에는 낡은 콘크리트가 하중을 버텨줄 가능성이 낮았다. 결국 건물의 가로 부분에 해당하는 6~8층을 공중에 띄우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길이 112.5m, 폭 30.5m의 메가 트러스 네 개를 이용해 지표면에서 미리 트러스를 설치하고 공중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HSA800'이라는 특수강재를 생산해 무게를 30% 이상 줄이고 강도는 40% 이상 높여 트러스를 조립한 뒤 이를 들어 올려 수평으로 이동시키며 설치했다. 토목 교량현장에서 사용되곤 하는 '리프팅 앤드 슬라이딩(Lifting & Sliding)' 공법이다. 건축 분야에선 국내에서 최초로 적용됐다.

건축물의 인상을 결정하는 입면은 알루미늄 패널과 유리 창문을 지그재그로 교차시켜 구성했다. 가로 0.625m, 세로 1.25m 직사각형 모양 패널의 개수만 해도 4,000장이 넘는다. 하루 그리고 사계절에 따라 건물에 다른 방향으로 들어오는 빛을 조절하기 위해 창문을 햇빛의 반대편으로 냈으며 알루미늄 패널도 여닫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덕분에 새벽녘 짙은 남색 하늘부터 화창한 날 푸른 하늘과 노을 지는 붉은 하늘까지 모두 관정관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특히 노을빛으로 물든 관정관은 중앙도서관 본관과 그 어느 순간보다 조화를 이루는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서로를 이해하며 감싸 안는 듯 신·구가 한 모습으로 뒤엉킨다. 관정관 내부에서도 신·구의 조화를 찾아볼 수 있다. 1~2층 본관과 관정관이 맞닿는 경계선에는 본관의 외벽 콘크리트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낡고 투박한 모습으로 역사를 담고 있는 본관과 이제 막 역사를 짓기 시작하는 관정관 사이에 자리 잡고 서 있다 보면 서울대의 과거와 미래를 한 번에 경험하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서울대의 역사·장소 상징하는 빛을 디자인"

설계자 유태용 테제건축 대표



유태용(사진) 테제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서울 관악구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빛'이라고 강조했다. 경성제국대학부터 이어진 서울대의 역사, 서울을 구성하는 주요 축인 관악산이라는 장소성을 모두 포함하는 요소가 '빛'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간적 통시성과 장소성을 다룰 수 있는 것이 빛"이라며 "서울대의 의미를 시간의 연속성으로 보고 그 시간의 근원인 빛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빛을 담아내는 외부 입면은 폭 0.625m, 길이 2.25m의 단위 판넬로 구성했다. 유 대표는 "덕수궁·창덕궁의 돌담길이 작은 석재들로 전체를 이루고 있듯이 작은 단위가 연속적으로 반복돼 신축 도서관의 거대함을 완화시키는 동시에 김환기 화백의 회화와 같이 금속이라는 화폭에 빛의 점을 찍어냈다"고 설명했다. 김환기 화백은 점·선·면의 순수 요소를 이용한 한국적 서정 추상미술을 이끈 예술가다. 이 같은 배열은 기존 중앙도서관 본관에 적용된 수의 법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입면을 뒤덮고 있는 알루미늄 단위 판넬과 창문으로 인해 관정관은 빛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색깔을 내뿜는다. 유 대표는 이에 대해 "사람의 기억과 정서를 불러일으켜 자기 마음을 비출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물에 반사되는 빛의 불확정성은 모는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각각 다르게 비춰지기를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도서관을 관정관이 품어 안는 듯한 독특한 형태는 설계자가 몇 가지 원칙들을 지키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유 대표는 높게 짓지 않으며 새것과 옛것이 공존하고 기존 질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세 가지 요소를 관정관에 담고자 했다.

관정관은 유 대표에게도 의미가 있는 건축물이다. 십시일반 기부에 의해 지어진 흔치 않은 태생의 건물이라는 점에서다. 유 대표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부와 작업을 통해 귀하게 태어난 도서관인 만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는 좋은 건축의 표상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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