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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보며

한국 현대사 2지선다형 관점뿐… 객관적·균형적 교과서 만드는 데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교수.차기 경제학회장. 거시경제 전공1

대통령 이승만의 시대를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머무르고 싶었던 조국을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지도 벌써 56년이 지났다.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전설이 잊히고 객관적인 평가가 시도될 만한 일월이 지났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통령 이승만은 아직도 둘 가운데 하나다. 나라를 세운 국부이거나 민중을 탄압한 독재자이거나.

대통령 박정희의 시대를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다. 그의 시대가 끝난 지도 36년이다. 36년은 우리에게 역사적인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숫자지만 한 인간을 평가하는 데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 박정희는 아직도 둘 가운데 하나다. 민족을 가난에서 해방시킨 영웅이거나 민주주의를 탄압한 독재자이거나. 건국 이후 우리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두 대통령의 평가는 아직 둘 가운데 하나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이뤘고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것은 국제적인 평가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4지선다형도 아니고 3지선다형도 아닌 2지선다형의 역사관을 가지고 우리의 현대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와 당위성, 정통성, 그리고 독립성에 대해 온통 그렇다. 우리의 역사는 누군가에게는 온통 파랗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온통 빨갛다.

지금 이 나라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때문에 시끄럽다. 국정화와 관련한 논란은 우리가 이분법적 역사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사건에 불과하다. 국사교과서를 집필할 자유가 주어졌다고 할 때 2지선다형의 사관을 가진 부류의 학자들이 쓰는 내용이 어떠하리라고 생각되는가. 어느 쪽으로든 치우쳐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지 않은가. 국정화 문제의 핵심은 교과서 집필자가 국가냐 아니면 일반 학자냐가 아니다.

지금 누가 국사교과서를 쓰든 온통 파랗거나 빨갈 수밖에 없는 2지선다형의 사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국정화를 통해 지금의 검인정교과서보다 객관적이고 사실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국사교과서를 내놓는다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다만 국정교과서 또한 2지선다형의 사관에 물든 누군가가 집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생각이 어느 쪽이어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국사교과서의 편향성 문제가 여기까지 온 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반성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 특히 국사학계는 집단성명서를 내놓기 전에 크게 반성했어야 한다고 본다. 어린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의 집필에까지 이념이 앞서고 그에 대한 자정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면 누구에게 길을 물을 수 있다는 말인가.

국사교과서 국정화 논의를 지켜보면서 다른 한 편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갈 길이 너무나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문제가 정치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그토록 격렬하게 저항해야만 하는 성질의 사안일까. 특히 야당은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사활을 거는 듯하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국가가 나서서 교과서까지 쓰겠다고 하니 반대하는 것이지 검인정 국사교과서의 내용이 훌륭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그리고 정치의 역할에 대한 일반대중의 인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문제의 본질보다 이념을 앞세우고 선동에 앞장서는 것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국가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미숙한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교육하는 문제를 누군들 독점할 수 있겠는가.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가.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차기 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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