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빠르게 커가지 않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 때때로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여정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에게 기업가 자질이란 것이 있기는 한 걸까. 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햇수로 4년째를 맞는 어느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시장성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며, 또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며 이제 실행만 하면 대박 회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은 이것을 계속하는 것이 좋을지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만약 2~3년 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실패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대답은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이 아니니 편하게 해보자. 대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이다.
첫째, '시간 낭비였어. 이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이 시간 동안 공부를 더 했으면 석사 학위나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었을 텐데' '정상적인 회사에서 일을 했으면 경력도 쌓고 돈도 벌었을 텐데'와 같은 대답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러한 대답은 현재 진행되는 사업에 대한 개인적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 내용이 변경되면서 애초에 생각했던 창업 동기와 내용이 달라진 것일 수도 있다. 돈을 버는 것이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사업 진행 여부를 더욱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아쉽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에 도전해봤다.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 '비록 잘 안되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런 대답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고 의미도 확실한 경우다. 이런 대답이 떠오른다면 다시 한 번 사업의 목적과 가치·필요성을 노트에 정리해보자. 그리고 창업팀원들이나 회사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모아보자. 그리고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사실 불과 몇 년 만에 큰 성공을 거두는 회사는 별로 없다. 페이스북·알리바바 같은 곳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살펴보면 알 것이다. 이제부터는 사업의 진행 과정을 즐겨야 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 않은가.
등산의 목적은 산에 오르는 것이다.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해서 등산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올라간 만큼은 성공한 것이다. 올라간 만큼 근력이 늘었고 경치를 봤고 맑은 공기를 마셨다. 사업도 그렇다. 시도한 만큼 성공한 것이다.
조성주 KAIST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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