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달 30달러 붕괴를 눈앞에 두면서 다음달까지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에서만 2,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국내에서 발행된 공모형 유가 DLS의 10개 중 9개는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다음달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유가 DLS(2,975억원) 중 단 한 개 상품을 제외한 92개 2,963억원 규모의 DLS가 녹인 상태이며 이들 DLS는 다음달까지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정도까지 급등하지 않게 되면 2,100억원 정도의 투자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 대부분이 지난 2013년 발행된 DLS인데 당시 기초자산으로 사용했던 국제유가는 사상 최고치인 110달러를 웃돌았다. 보통 만기 상환 기준이 최초 기준가격의 45~60%로 설정돼 있어 만기 시 원금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현재 유가가 50달러는 넘어야 한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이대로 만기가 도래하게 되면 평균 83%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기 상환 기준이 45%라고 해도 50달러 이상 유가가 올라와 줘야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지금 녹인을 터치하더라도 만기까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있지만 유가 DLS는 당장 다음달이면 실제로 손실을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 유가의 하락 압력이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와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이 추가 하락한다면 유가 DLS의 녹인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30달러선 붕괴를 앞둔 현재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유가 관련 DLS(녹인 없는 상품 제외)는 총 1조1,669억원 규모로 이중 9,220억원 규모가 이미 녹인 상태다. 국내 유가 DLS 상품 10개 중 8개가 원금 손실 가능성에 빠진 셈이다. 유가가 배럴당 25달러선까지 하락하면 녹인을 터치한 상품은 1조572억원 규모로 늘어나게 돼 전체 발행 유가 DLS의 90%를 차지하게 된다.
문제는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JP모건이나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배럴당 1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의 배럴당 20달러선마저 붕괴된다면 국내 유가 DLS는 대부분이 녹인 상태에 빠져 투자자들은 만기 시까지 원금 손실 공포를 느껴야 할 위기에 처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가 DLS가 중위험 상품으로 포장돼 판매됐지만 사실 원자재는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매우 위험한 상품"이라며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로 떨어진 지금은 투자할 만하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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