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 몰래 화장대 앞에서서 립스틱을 바르고, 뾰족 구두를 신어봤던 경험, 한번쯤 있으시죠? 어른을 따라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행동은 으레 자연스러운 성장 발달의 과정이지요. 그런데 요즘엔 꼬마 아이들 사이에서 어른스러운 옷과 구두를 착용하고, 럭셔리 키즈카를 타는 등의 어덜키드 문화가 트렌드라고 합니다. 어른을 흉내내고 모방하는 아이들을 의미하는 어덜키드(Adultkid) 문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덜키드? 애어른?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장난감, 피규어 수집 등 아이들의 놀이에 관심을 갖는 ‘키덜트 문화’와 반대로 어른들의 문화를 따라하는 ‘어덜키드 문화’ 역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어덜키드 문화는 약 5~6년 전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해 최근엔 아동 의류, 화장품, 주얼리 등 패션잡화분야 등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구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통해 아동, 유아 용품의 구매율이 두드러지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유아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5%내외로, 2014년부터 거래액은 매 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2015년 아동 유아 상품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133%나 된다고 합니다. 이는 전체 온라인 시장의 50% 비율 수준이지요. 어덜키드 문화의 대표적인 인기 상품은 아동용 전동차, 아동용 패션,뷰티 상품들입니다.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 : 럭셔리 키즈카
곧 돌을 앞둔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정은석 씨(35)는 요즘 고민이 생겼습니다. 다가오는 첫 아들의 생일을 위해 좀 더 특별한 이벤트를 꾸미고자 틈틈이 준비할 게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그가 고른 아들의 첫 생일 선물은 벤츠에서 출시한 유아용 전동차.
“실제 차와 거의 흡사해요. 엔진 소리, 클락션 기능뿐만 아니라 mp3, 라디오 기능까지 갖춘 최신 스펙이에요. 이제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산책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아동용 전동차의 수요는 갈수록 증가추세입니다. 20만 원 후반에서 300만 원대까지 다양하며, 차종은 벤츠, 람보르기니, BMW, 아우디, 캐딜락, 머스탱 등 수입차가 대부분이지요. 영유아가 실내외에서 탈 수 있는 자동차에 모터를 달아 아이가 직접 운전할 수도 있고, 부모가 리모컨으로 조종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실제 자동차 업체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완구업체들이 생산하는데, 크기는 작지만 실물과 비슷하게 생겨 ‘아이보다 아버지들이 더 탐내는 장난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죠. 한편 회원수가 2만명이 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럭셔리 키즈카와 관련한 ‘신차’ 소식, 개조 노하우 등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 회원은 “내 아이에게 고급 차를 태워주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 구매했다가 아이가 좋아하니 여러 대를 사게 됐다”며 “튜닝은 처음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시작했는데 이젠 나의 취미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G마켓 옥션 홍보팀 오혜진 대리는 “지속되는 불황에도 아이를 위해 아김없이 지갑을 여는 부모, 조부모가 늘면서 유아용 전동차 등 고급 장난감 판매가 늘었다”며,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숨겨도 twinkle 어쩌나 눈에 확 띄잖아 :아동용 패션 뷰티
“4살배기 딸이 자꾸 저 몰래 화장대를 뒤져서 립스틱을 바르고 놀길래 그냥 한번 어린이용 화장품 완구 세트를 사줬어요. 그랬더니 혼자서도 재밌게 잘 놀더라구요. 안전성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잠깐 갖고 노는 거니깐요.”
워킹맘인 000씨는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린이용 화장 세트를 사줬습니다. 여자 아이를 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라는 겨울왕국 엘사 화장 세트입니다. 한때 안전성 논란으로 뜨거웠던 아동용 화장품 세트가 소리소문없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죠.
어린이 화장품뿐만 아니라 주얼리업계에도 ‘키즈’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해 한 육아프로그램에서 추사랑이 사용한 유아용 화장품이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었으며, 한 주얼리 브랜드의 미아방지 팔찌로 실제 아이를 찾았던 사례가 알려지며 ‘키즈’제품이 전년대비 200% 이상 신장되기도 했습니다.
제이에스티나 주얼리 마케팅팀 김한솔 대리는 “시즌별 다양한 스타일의 키즈 주얼리 구성을 확대하고, 올해도 키즈고객을 겨냥한 콜라보레이션 아이템 기획에 신경을 쓸 것이다”고 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 : 미니미룩
“요즘 딸아이가 제 구두 신는 것에 한창 재미를 붙여가지고요. 어쩔 수없이 인터넷에서 아동힐 하나 사줬어요. 아이들 성장에 안 좋다고해서 가끔씩 소풍갈 때만 신기고 있어요.” - 000씨 (38세)
대중에게 유명한 대표 어덜키드인 영화배우 톰 크루즈의 딸 수리 크루즈, 한때 그가 신었던 유아용 하이힐은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었던 적이 있었죠.
최신 유행을 즐기는 엄마가 아이에게도 어른용 패션의 축소판 같은 옷을 똑같이 입히는 뜻의 미니미(Mini Me look)룩이 부모들 사이에서 유행이지요. 고가의 명품 브랜드부터 자라, 유니클로, H&M 등 SPA 브랜드들까지 어덜키드룩의 상품 구성을 늘려가는 추세입니다.
한편,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고가 브랜드의 아이 옷을 사기 위해 인터넷의 중고카페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예비맘인 000씨(30)는 “첫 아이라 좋은 옷 입히고 싶은데, 백화점에서 새 옷을 사기에는 가격이 부담되고 어차피 아이가 금방 크니까 중고로 사입히는 것도 제 또래 엄마들 사이에선 유행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롯데백화점 최은경 아동 치프바이어는 “최근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의 패션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입을 수 있는 ‘미니미’스타일이 뜨고있다”며 “2016년에도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키덜트, 어덜키드, 이들 속에 진짜 키드는 없다?
키덜트, 어덜키드. 최근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이 두가지 문화. 진짜 키즈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이정희 교수는 어덜키드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어덜키드 문화는 사실 아이들의 요구보다 부모의 취미와 관심사를 살린 소비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특히 낮은 출산율로 인해 젊은 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무엇이든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하는 ‘골든 키즈’현상이 어덜키드 문화를 가중시켰다. 부모들의 과잉 자식 사랑이 과도한 소비습관으로 이어질 경우 아이에게도 잘못된 소비 습관을 이끌수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신의 관심과 욕심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좋아하고 선택하고 싶어하는 것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덜키드라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없는 아이러니한 문화. ‘아이는 아이다운게 가장 좋다’는 말처럼 동심을 지켜주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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