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등 관절 감싼 활막에 염증 제때 치료 않으면 뼈 변형·장애로
4년새 환자 30% 급증… 여성이 80%
녹색채소·콩·버섯·과일 등 즐겨먹고 오메가3 많은 생선도 자주 식탁에
고지방 고칼로리음식·과음 자제해야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 분야에 뛰어든 후 처음으로 출시한 의약품은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다. 삼성이 많은 의약품 중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를 선택한 것은 여타 질환보다 치료제 시장 규모가 크고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난치성 질환으로 한 번 치료를 시작하면 약을 끊기 힘든 점도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오리지널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한 해 판매액은 약 10조원대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전 성인 인구의 약 1%가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4년 새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수는 30%가량 급증했다.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지급 분석결과에 따르면 '류머티즘 관절염' 진료인원은 지난 2010년 7만3,215명에서 2014년 9만4,601명으로 최근 4년 새 29.2% 증가했다.
특히 환자 10명 중 8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성환자가 많은 것은 여성호르몬 부족이 류머티즘 관절염 발생에 관여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활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 전신의 여러 관절에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결국 관절이 파괴되고 변형이 일어나 심할 경우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일으키는 직접적이고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고은미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며 "우리 몸에서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할 면역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관절이나 다른 장기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과의 연관성이 의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은 유전적 요인과 흡연·감염·여성호르몬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찬희 일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여성호르몬제 사용으로 류머티즘 관절염이 호전되는 것으로 보아 여성호르몬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퇴행성 관절염 증상으로 오인해 민간요법 등을 시행하다 악화되는 사례도 많다. 조기 발견이 쉽지 않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도 병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다.
최찬범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과거 조사에 따르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들은 증상 발현 후 평균 1.8년이 지나서야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진단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진단 당시 절반가량의 환자가 이미 뼈 손상이 진행된 상태"라고 말했다.
뼈 손상이 진행됐을 경우 조기 치료를 한 환자에 비해 치료 효과가 크게 떨어져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따라서 류머티즘 관절염의 초기 증상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절을 이어주는 물렁뼈(연골)가 닳아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과의 가장 큰 차이는 관절 통증이 발생하는 시간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관절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저녁시간에 통증이 심해지나 류머티즘 관절염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이 뻣뻣해지는 이른바 '조조강직' 증상이 발생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리면 관절 염증으로 관절이 아프고 붓고 때로는 열이 나며 움직이기조차 힘들게 된다. 대개는 피로감·식욕부진·전신쇠약감이 동반되며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지만 약 10%의 환자에서는 급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은 양쪽 관절에 주로 대칭적으로 발생하며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이 뻣뻣해 움직이기가 힘들다가 사용하면 부드러워지는 특징이 있다"며 "손가락·발가락 등의 작은 관절에도 발생할 수 있으나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마지막 관절에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손목·팔꿈치·어깨·무릎·발목·목뼈 등도 류머티즘 관절염이 주로 발생하는 부위다.
류머티즘 관절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게 되면 관절의 변형은 물론 관절 외에 여러 장기를 침범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때로는 생명을 위협 받을 수도 있다. 그 예로는 류머티즘 관절염에 의해 폐나 심장을 싸고 있는 막인 심낭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와 혈관에 염증이 생겨 피부나 장 등에 피가 통하지 않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때 피부에 궤양이 발생하거나 심한 복통, 설사 및 혈변 등이 나타난다.
류머티즘 관절염의 치료에는 항류머티즘 약제와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사용된다.
요즘처럼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 등 유연성을 높이는 운동을 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관절이 빨갛게 붓거나 후끈거리는 경우에는 냉찜질을 해주면 좋다.
특정 음식이 류머티즘 관절염을 호전시킨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으나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이 함유된 음식은 피하고 과음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치료 약물로 인해 특정 영양소의 결핍이 초래될 위험도 있다. 특히 엽산과 비타민 B6·B12·C·D·E, 칼슘 등의 결핍이 발생할 위험이 높으므로 이들 성분이 많이 함유된 시금치 등 녹색 채소나 양배추·버섯·콩 등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최 교수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는 일반적으로 지중해식이라고 하는 생선·콩·야채·과일·올리브유 위주의 식생활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대 보건대학원은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류머티즘 관절염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송대웅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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