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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척, 그들은 왜 역사에서 사라졌나

조선시대 호랑이 무찌른 백성의 은인… 왜군과 맞서 싸운 전쟁 영웅…

■산척, 조선의 사냥꾼 (이희근 지음, 따비 펴냄)

20세기 포수
20세기 산척. /사진제공=따비
산척
산척, 조선의 사냥꾼


도축을 업으로 한 백정의 한 부류곰·표범 등 맹수 잡아 생계 유지

1907년 일제의 총기 단속으로 활동범위 잃고 사냥꾼 생활 종지부

고을마다 수백명씩 존재했던 산척 옛 문헌자료 속 활자로만 남아


영화 '대호'에서 조총을 들고 마지막 남은 호랑이 대호를 잡으려는 조선인들. 이들은 산척(山尺)이다. '척'은 농업과 관련 없는 직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나간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산에서 사냥을 하는 산척은 직업사냥꾼이었다.

영화에서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호랑이를 잡는 산척의 모습이 야속스럽게 보일 수 있지만, 산척은 호랑이 최대 서식지였던 조선에서 공공의 적인 호랑이를 잡아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뿐 아니라 산척은 출중한 무예 실력으로 임진왜란·일제 시대 때 의병으로 활동하며 일본군들과 맞서 싸운 전쟁 영웅이기도 했다.

그러나 산척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산척이라는 단어가 등재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산척, 조선의 사냥꾼'은 이렇듯 우리 기억에서 잊혀진 산척이 누구인지, 그토록 큰 활약을 했던 이들이 어떤 이유로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는 지 등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산척은 백정의 한 부류이다. 백정은 떠돌아다니며 가죽을 다루거나 공연을 하기도 하고 도축업을 했던 집단으로 그들은 대부분 본업 말고도 사냥에 능했다. 조선 시대 초기 이들 가운데 전문적으로 사냥을 업으로 하는 산척이 생겨난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이들은 전문사냥꾼답게 호랑이와 곰, 표범과 같은 맹수를 잡아 생계를 유지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이었지만, 호랑이를 잡는 일은 밥 벌이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호환(虎患)'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호랑이에게 사람들이 입는 피해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조선 왕조는 건국 초기부터 호환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태종실록에 따르면 왕조 개창 직후인 1402년 경상도에서만 호랑이에게 피해를 당해 죽은 사람이 무려 수백 명에 달했다.



대한제국 시기(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에도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했다. 이 시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한 외국인 비숍은 그의 여행기에서 "해가 저문 뒤에 여행하는 것은 한국의 습관에 위배된다. 호랑이와 귀신에 대한 공포 때문에 밤에는 거의 여행하지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호랑이가 무서워 밖에 나서는 것 조차 꺼렸던 조선인들에게 호랑이를 잡아 주는 산척은 고마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산척의 역할은 역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거창 우현전투에서 왜군을 물리친 경상도 의병은 바로 산척들이 주축이 된 부대였다.

19세기 말 제천을 근거지를 삼아 중부지역 일대를 석권하면서 친일파 지방관 등을 처단해 기세를 크게 떨친 유인석 부대의 주력원도 산척이었다.

이렇듯 활발한 활동을 하던 산척들은 일제가 1907년 9월 '총포화약류단속법'을 공포한 이후 점차 사라지게 된다. 일제가 의병 활동을 막기 위해 총기류를 빼앗으면서 총으로 사냥을 하는 산척들도 더 이상 사냥꾼으로서 생활을 유지하며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단속법으로 생계를 잃은 산척들은 대거 의병 활동에 참여하면서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한때 고을마다 수백명씩이나 존재했던 산척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버리게 된다.

저자는 "문헌자료 속에서 그들의 실체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동안 한국학 연구자들마저 산척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오늘날의 한국인에게는 잊힌 존재가 돼버렸다"고 말한다. 1만3,000원

/박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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