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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56> 인천공항 밀입국과 효율성 논리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벽보가 붙었다. 무인 택배함 설치와 CCTV 추가 설치에 대해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경비업체 재계약 시점에 맞춰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며 장기적 관점에서 경비원을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초기 투자비용은 들겠지만 일정시점이 지나면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도 빼놓지 않았다. 의견을 묻고 동의를 구하는 형식을 빌었지만 ‘효율성을 높이는 선택을 해달라’는 호소쯤으로 읽혔다. 그러나 CCTV는 사고 예방보다는 사후 대처에 더욱 효과적인 편이다. 범죄자를 특정 짓고 추적하는 과정에서 쓰임새가 많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자리를 자꾸 배회하거나 기웃거리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CCTV가 잡아내지는 못한다. 결국 효율성의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따로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인천공항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공항은 자동출입국심사대를 72대로 늘리고도 민간 경비용역업체에 위탁 운용해 왔다. 이마저도 월 보수가 150만원 정도니 애초에 2년 이상 근무하길 바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적 보안인력이 상주할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만능 보안시스템처럼 여겨지는 CCTV도 무용지물이었다. 2,000여 대의 CCTV가 있지만 이를 통한 실시간 감시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화면을 보고 모니터링 역할을 해내야 하는 건 공항공사 직원인데 여기도 사람이 부족했던 걸까?



문제가 된 출입국심사대 보안인력은 16명뿐이지만 공항 내 보안요원의 숫자는 2,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몇몇 전문가들은 보안을 총관리할 컨트롤 타워의 부재를 구조적 원인으로 꼽았다. 효율성을 강조한 게 문제라기보다는, 눈에 쉽게 띄는 영역에만 선별적으로 적용한 게 문제를 키웠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언제부턴가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다는게 계약직 비율을 늘린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기계로 대체하거나 월급을 적게 줘도 괜찮은’ 영역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노무에 대한 대가는 적게 치르면서 ‘내 회사처럼’ 또는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근무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빨리빨리와 싸게싸게만 외치다가는 안전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환경이 어려워지면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가장 먼저 철회한다는 공식이 안전에 구멍을 낸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기업의 항변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곱씹을수록 씁쓸하기만 하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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