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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아직도 돈만 바라보고 일하나요

<17> 주도적인 삶

연봉이 취업의 제1 척도 아니듯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자아실현'

스스로 원하는 가치·삶 설계… 창업 통한 성취도 고민해볼 만


"우리 회사에 좀 특이한 사람이 있어!구두닦인데, 그 양반 기억력 하나는 정말 끝내줘! 우리 회사 직원 700명 이름을 다 외워! 부서명·직함까지 말이야!" 이 어메이징한 구두닦이는 그 회사 사장이 4명이나 바뀔 동안 있었다고 한다. 진짜 압권은 그 사람, 월 2,000만원씩 월세를 가져다주는 빌딩도 소유한 알부자라는 것이다. 지난주 커피숍에서 건네 들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 구두닦이는 왜 일을 그만두지 않을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무한한 프라이드를 느껴서일까? 그 사람을 취재한 후 허락받지 않고 기사화한 기자는 격렬한 항의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유인즉 자신의 장모가 그 기사를 읽고 처음으로 자기 직업이 구두닦이인 줄 알게 됐다는 거다. 엄청 열 받았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다른 사람의 눈에 특히 장모 눈에 자신의 직업이 자랑스럽게 비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면 다른 할 일이 없어서일까. 아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일까. 그럴 수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 일을 주고 투자하면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왜 그 힘든 일을 계속 하는 것일까?

이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그건 약과란다. 자기가 아는 목욕탕에서 세신하는 사람도 빌딩이 여러 채인데도 여전히 하루 여덟 시간씩 일하고 있단다. 재미나서 이번에는 택시기사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사람은 바보에요! 아 인생은 놀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 사람 놀 줄을 모르는 거에요!" 자기는 개인택시하면서 틈나는 대로 해외여행을 부인이랑 다니는 재미에 산다고 했다.

하버드 대학생한테 물었다. "너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니?" "펀드 매니저될려구요!" "그러면 뭐할려구?" "돈 많이 벌 거에요! 정말 입이 딱 벌어져서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요! 그러고나서는 얼리 리타이어해서 멕시코 캉쿤에 별장 사서 거기 해변에서 선탠하면서 지낼 거에요!" "야 지금 나가서 선탠하면 될 거 아냐?" 이 이야기 어떤 바보가 지어냈는지 모르겠다. 왜? 돈 없는 백수가 딩굴딩굴하는 것과 백만장자가 딩굴딩굴하는 것은 같을 수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돈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이 있고 없고다.



여러분은 왜 일을 하는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닐 거다. 사람들이 직장을 선택할 때 세 가지를 보고 결정한다. 가면 연봉을 얼마나 받게 될까? 가면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가면 누구랑 같이 있게 될까? 이 세 가지 중 하나가 맞지 않으면 75%의 사람들이 그 직장을 떠난다. 무엇일까? 자신에게 지금 한 번 물어봐라! 답은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듯이 사람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맘에 안 들면 특히 자기 보스가 맘에 안 들면 참다 참다 결국 떠난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가면 인구의 10%가 탈물질주의자가 된다고 한다. 즉 자신의 모든 결정에서 돈이 제1의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설계해나간다는 것이다. 명예·권력·네트워크와 같은 이기적 목적보다는 자신의 일의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여러분은 돈만 바라보고 일을 하는가. 연봉 올라가는 것이 유일한 일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더 큰 삶의 목적을 보라.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자아실현이라고 했다. 마르크스는 자아를 실현하는 가장 진정한 방법은 노동을 통해서라고 한다. 물론 마르크스가 말하는 노동은 주어진 일을 쪼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것이다. 어쩌면 마르크스의 노동의 이상은 창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불확실성을 즐긴다면 창업을 하라! 정보기술(IT)을 발판으로 급변하는 시대라 취직보다는 창업이 매력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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