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운(43·사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가 스피드 투자 전략을 통해 국내 벤처생태계의 산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 대표는 2일 경기도 판교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여느 국내 VC들과 달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은 국내에서 보통 3~4년은 걸려야 증시에 상장할 수 있지만 저희는 (장기간의 투자리스크를 감내하고)보통 1~2개월만에 투자 결정을 내린다”고 소개했다.
신속한 투자집행의 비결은 핵심 조직인 ‘투자체계팀’의 전문성에 있다. 유 대표는 “투자체계팀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게임 등 여러 분야별로 해당 업종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졌던 분들이 포진해 있다”며 “예를 들어 서비스분야를 맡는 정신아 상무는 과거 미국 이베이, 보스턴컨설팅 등에서 전문성을 쌓았고, 게임분야는 관련 업체인 엔씨에서 15년가량 근무했던 전문가인 신민균 상무가 담당하며 기술분야는 엔지니어 출신의 김기준 상무가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총 756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는 케이큐브벤처스는 현재까지 총 61개의 기업에 약 356억원을 투자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헬로히어로’를 개발한 ‘핀콘’ 등 6개 기업은 법인이 설립되기도 전 단계의 스타트업이었다. 구체적인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투자를 결정한 기업도 36곳이나 된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펀드와 산업은행, 롯데닷컴, 카카오 등이 출자해 341억원 규모의 3호 조합을 추가 결성해 완료하기도 했다. 1호 조합은 카카오에서 출자해 115억원 규모, 2호 조합은 모태펀드에서 출자해 300억원 규모였다.
공격적인 투자 행보는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케이큐브벤처스가 지난 2012년 3억원을 투자한 ‘키즈노트’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인 키즈노트는 2014년 카카오가 인수해 일본에서 서비스되는 등 카카오의 첫 해외 수익모델이 될 전망이다. 모바일 증권정보 서비스인 ‘두나무’ 역시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2억원을 투자받은 지 2~3년 만에 월 거래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유 대표는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투자 금액의 30~50배에 이르는 수익을 본 스타트업도 있다”면서 “올해에는 투자한 스타트업 가운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곳도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VC로서의 첫발을 뗀 것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12년 임지훈 카카오 대표와 함께 공동 창업하면서다. 이후 김 의장이 카카오의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회사 역시 2015년 카카오의 자회사로 자리했다.
창업한 지 3년 만에 VC 업계에서 두각을 보인 유 대표는 올해 스타트업의 투자 키워드로 ‘모바일’을 꼽았다. 유 대표는 “코스피·코스닥의 모바일 거래량이 현재 전체 거래량의 30%밖에 되지 않는다”며 “여전히 실생활에서 모바일로 전환할 소지는 많고 그에 따른 사업 기회 및 투자 매력은 많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사와 가상현실·빅데이터·머신러닝·사물인터넷 관련 서비스 기업으로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영기자 ji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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