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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257>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주변의 xx 의원, xx 사장을 떠올려보자.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갔나요?’라고 물어보면 ‘노력’이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지켜본 사람은 인정하기 힘든 경우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한 조직의 수장이 되려면 ‘노력’ 없인 불가능하다. 분명한 사실이다. 능력은 지지리도 없는데 줄만 잘 서서 얻은 자리라고 욕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줄을 잘 대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라 항변할 만할테니까.

과정이야 어찌 됐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데 성공하고 나면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작동하는 경우가 꽤 있다. 업무추진, 영업활동비를 사적인 용도로 지출한다든지. 동반인을 허위로 신고해가며 한 끼에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쓰기도 한다. 작정하고 공금을 유용하려 든다면 막을 방법 사실상 없다. 무엇보다 회의록 작성, 영수증 첨부 등의 절차가 말 그대로 절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비서나 담당 직원이 적당히 문서를 조작하면 그만일 뿐 주변의 누구도 시시비비를 따지기 쉽지 않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법칙은 이런 경우에도 어김없이 작동하는 것인가. 특별한 자리가 특별한 혜택을 주고, 그것도 모자라 특별히 유용할 수 있는 상황까지 초래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건 측근뿐이라 지금까지 내부고발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감독기관 조사는 누군가의 제보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심쩍은 정황이 우연히 포착되는 경우는 드문 법이고.



이런 상황에서 반갑게도 일종의 ‘자발적 정보 공시’ 시스템이 등장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얘기다. 이용자 간에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SNS 채널이 생각지도 않은 순간에 결정적 증거를 제공하거나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하는 역할을 종종 한다. 서류상으로는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을 시간에 실제론 공연을 보고 있었다거나 지인과 식사하던 중이었다는 사실이 들통 나는 것이다. 단란한 일상을 자랑하려고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부족해 보였던 사람이 어느 자리에 올랐을 때 책임을 다 완수해내는 놀라운 순간에도 우리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표현을 쓴다. ‘높이 올라가면 많이 해먹어야지’라는 생각으로 경력을 쌓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믿음을 저버리긴 싫다. 부디 더는 높으신 분의 횡령, 공금 유용 의혹을 듣지 않기를 바라 본다. 지나친 욕심일지라도.
/김나영기자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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