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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북방 최전선' 1820년대 함경도엔 무슨 일들이…

■ 북막일기

박래겸 지음, 글항아리 펴냄

북막일기

조선은 동시대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도 월등한 '기록 국가'다. 모든 기록물의 토대가 되는 매일매일의 기록, 즉 '일기'가 유달리 많았다. 국가와 왕실의 세세한 것을 기록한 것으로는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이 있다. 개인들도 많은 일기를 남겼다. 이순신의 '난중일기',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비롯해 사대부의 일상을 기록한 유희춘의 '미암일기', 노상추의 '노상추일기', 정원용의 '경산일록' 등이 유명하다.

이번에 번역돼 나온 박래겸의 '북막일기(北幕日記)'는 그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다. 1820년대 함경도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래겸은 1827년 7월 14일 북평사 관직을 받아 함경도로 떠난 후 이듬해인 1828년 4월 2일 한양에 돌아올 때까지의 기록을 남겼다. 북평사의 역할은 함경도 병마절도사의 막료로서 문무의 제반사항을 관장했다. 박래겸은 북평사로 재직하는 254일 동안 모두 6,070리를 다녔는데 이 기간에 일어난 모든 일을 날짜별로 세세하게 기록했다.

"정병이라던 북관 친기위(기병부대)가 정원의 절반도 되지 않고 모인 이들도 산골의 백성에 불과했다. … 강 너머 북호(북쪽 오랑캐)의 마을을 보니 조선의 진지 방어절차가 어린애 장난질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함경도는 북방을 방어하는 조선의 최전선이었다. 박래겸은 이곳의 상황이 참담함을 토로하고 있다. 중앙에서는 안동김씨 외척들의 세도정치가 한창이었다. 중앙의 무능이 지방을 더욱 혼란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남쪽 바다에서 서양인들이 침공할 때까지 겨우 40년도 채 남지 않았다.



북막일기가 단순한 개인의 기록을 넘어 조선의 역사, 지방사를 알려주는 자료로서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책에는 함경도 지방에서의 과거시험, 행정제도, 청나라와의 무역상황, 북호인들의 기록 등을 상세히 풀어놓고 있다. 6박7일의 강행군으로 백두산 등반에도 성공했는 데 이는 한편의 여행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역사를 연구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단순한 읽을거리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1만6,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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