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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아틱(ARTIK)을 비롯해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모바일 보안 솔루션 녹스(KNOX), 차세대 플랫폼 가상현실(VR)까지.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삼성전자의 행보가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과거 '라이벌' 애플에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밀려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머물렀던 것에서 벗어나 모바일 기기와 소프트웨어(SW), 고객 상대(B2C)와 기업 상대(B2B) 시장, 콘텐츠까지 모바일 생태계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다.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사양이 갈수록 '상향 평준화'돼 제품 간 차별화가 어렵고 중국·인도산 중저가 스마트폰의 추격이 거센 등 점차 삼성전자에 불리해지는 스마트폰 시장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역시 작용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현장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삼성전자를 하드웨어만 하는 기업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말한 것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이후(비욘드·beyond)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MWC에서 선보인 커넥티드(connected) 카 솔루션 '커넥트 오토'에 타이젠을 적용했다. 그동안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의 iOS 탓에 스마트폰 OS로는 큰 힘을 못 쓰던 타이젠을 자동차에 장착해 확산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타이젠을 적용한 타이젠폰이 전 세계에서 290만대가 팔려 '조용한 선전'을 거뒀지만 폭발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자동차 쪽이 낫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전장사업부를 신설하고 스마트 자동차 부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커넥트 오토는 운전자의 운행 습관을 파악하고 위험한 상황 발생시 알람으로 이를 알려주는 등 운전 편의성을 높인다. 음악·영화 등 콘텐츠 감상 기능도 포함됐다. 지난 19일 삼성전자가 IoT 플랫폼인 아틱의 상용제품을 선보인 것 역시 삼성전자의 모바일 생태계 구축 전략의 일환이다. 프로세서(AP)·메모리·통신·센서로 구성된 초소형 모듈인 아틱은 소프트웨어·저장장치·보안솔루션·개발보드·클라우드 기능을 하나로 모았다. 각 기능별로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사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아틱의 빠른 확산을 위해 '공식 아틱 파트너 프로그램(CAPP)'을 운영하며 파트너사의 IoT 제품 출시를 지원한다.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는 소비자의 지갑을 대신해 소비생활의 편리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8월과 9월 한국과 미국에 순차적으로 출시된 삼성 페이는 이달 21일 기준 누적 결제액이 5억달러(약 6,200억원)를 넘어설 정도로 안착했다. 또한 녹스는 모바일 보안 플랫폼으로 각종 서비스·솔루션의 '기본 옵션'처럼 탑재돼 해킹을 막으며 VR는 게임·영화뿐 아니라 의료·국방·건설 분야까지 적용 범위가 넓은 '차세대 플랫폼'이다.
하드웨어를 넘어 모바일 생태계 구축이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면서 이제 남은 것은 실제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지 여부다. 당장 커넥티드·스마트 카 분야에서만도 구글과 애플이 각자의 OS 경쟁력을 활용한 솔루션을 내놓은 상황이고 안드로이드 페이, 애플 페이 같은 자사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삼성 페이의 확산을 막는 등 '저지선'이 곳곳에 쳐져 있기 때문이다. 또 완성차·금융·솔루션 등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를 얼마나 끌어들이느냐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고동진 사장은 "삼성전자는 SW 역량이 분명 있는 기업"이라며 "당장 실적도 중요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그림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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