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7년 '손 안의 컴퓨터'라는 모토를 걸고 등장한 애플의 아이폰은 MP3플레이어와 휴대폰, 인터넷 브라우저 기능이 하나로 합쳐진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한 '작품'이었다. 무게가 130g에 불과한 손바닥만 한 디바이스 하나로 전화 통화는 물론 음악 재생, e메일, 인터넷 검색, 사진 촬영까지 가능한 '스마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탄생했다.
이로써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운영체제(OS)에서 구동되기 시작했으며 사용자들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휴대폰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에서 엔터테인먼트·쇼핑·소셜네트워크까지 가능한 일상에 필수적인 존재로 진화했으며 인터넷에 상시 연결돼 있는 직관적 도구로 발전했다.
스마트폰 탄생 후 우리의 삶은 많은 혜택과 변화를 겪어왔으며 다가오는 2020년에는 휴대폰 역사에 또 다른 혁명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스마트폰에서 한층 진화한 '슈퍼폰'이 등장해 인간과 스마트폰, 더 나아가 인간과 세상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즉 스마트폰은 점점 더 인간과 세상을 동기화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며 인간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 슈퍼폰은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상호 연결된 세상의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이는 슈퍼폰이 사용자의 행동이나 습관을 기억하고 이해함으로써 가족 혹은 친구처럼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마치 영화 '빅히어로6'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로봇 '베이맥스'처럼 슈퍼폰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완전히 이해하고 상호작용하게 됨으로써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훨씬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슈퍼폰의 탄생은 뇌의 진화 과정과 같은 형태를 띤다. 어류에서 포유류, 그리고 영장류로 진화하면서 뇌 용량이 커진 것처럼 슈퍼폰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통해 보다 발전된 인지 기능을 갖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디바이스 간의 공생 관계를 구현해낼 것이다. 또 슈퍼폰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하나로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을 창조해 하나의 커다란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이는 개미나 꿀벌은 하나의 개체로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서로 명확히 정해진 역할과 행동 양식을 가지고 거대한 무리에서 살아가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슈퍼폰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한정된 양의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면 지능적이면서도 막대한 능력을 가진 '상부 구조'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슈퍼폰은 인간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 사람과 환경의 변화를 기록하는 언어와 자가 학습 능력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업무를 돕거나 대신해주기도 하며 심지어 사용자를 가이드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체중을 감량하고 싶다"는 음성 명령을 내리면 슈퍼폰은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즉시 이해하고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체계적인 체중 감량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슈퍼폰이 탄생하기까지는 다양한 분야의 투자와 개발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센서·사물인식·3D스캐닝을 포함한 '인식 기술',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술 및 환경지능 플랫폼을 포함한 '지능 기술', IoT 플랫폼, 네트워크 표준(UMTS·LTE·WiFi)을 포함한 '연결 기술', 그리고 증강 및 가상 현실 기술을 포함한 '상호작용 기술' 등이 해당한다. 이와 더불어 슈퍼폰을 통해 창출되는 사업 기회와 시장은 한 기업이 홀로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파트너 및 업계 관계자들이 서로 협력해 혁신을 이루고 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슈퍼폰으로 인간과 디바이스 간의 동기화가 가능해질 것이며 모든 사물과 인간·디바이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 세상에서 지배적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슈퍼폰 등장은 디바이스를 통해 구현되는 상상 속 시대를 예상보다 앞당길 것으로 기대되며 지금과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켈빈 딩 한국화웨이 대표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