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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의 군사.무기 이야기] 탄약의 일생

제조에서 폐기까지 최대 40년

컵라면 가격에서 수백억원까지

내 이름은 탄약입니다. 형제가 많죠. 우리 군에서 운용하는 탄약은 255종류(미사일 50여종 포함)에 이릅니다.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 편입니다. 저는 5.56㎜ 소총탄인데요. 350~400원 정도입니다. 탄알 두 발은 컵 라면 하나 값이라고 하죠. 탄약의 가격은 구경이 커질 수록 비싸집니다. 기관총탄은 1,000원을 넘어갑니다.

박격포탄은 가장 구경이 작은 게 10만원, 큰 것은 20만원을 호가합니다. 곡사포 폭탄은 한 발에 40만원입니다. 구경이 큰 고폭탄은 60만원이 넘습니다. 요즘에는 대구경 포탄에 전자 장비를 다는 경우가 있는데요. 가격이 몇배로 뜁니다. 아주 비싼 형제들도 있어요. 유도무기(미사일)는 기본적으로 억 단위를 넘어가고 한발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미사일도 있답니다.

저의 재료는 크게 철제류와 화약류인데요. 구경이 큰 폭탄이나 고가 무기에는 신관이나 탐색 유도 장치 같은 보다 정밀한 부품이 들어갑니다. 공장에서 출고된 저의 첫 기착지는 군대가 아닙니다. 일단 창고로 들어가죠. 전쟁을 쉬고 있는 휴전상태인 우리나라는 늘 적정량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군은 보관 탄약 중에서 실제 사격훈련을 하고 신품은 보관 창고에 쌓아 놓습니다. 보관기간은 약 10년에서 40년까지 입니다. 저 같은 소총탄은 보관기간이 30~40년입니다. 기간이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창고의 상태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창고의 탄약들이 가장 무섭고 싫어하는 게 습도입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한 탄약고는 바깥에서는 허술하게 보여도 습기와 외부환경을 차단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소총탄의 경우 일정 기간마다 표본을 뽑아 실제 사격을 해본 뒤에 계속 보관 여부를 결정합니다.

검사에서 불합격한 탄들은 폐기 과정에 들어갑니다. ‘탄약 비군사화(demilitarization)’라고 하는데요. 소각이나 분해를 통해 탄약의 특성을 제거하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죠. 탄약은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미국 등은 화약류를 재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데요. 기술 보안이 철저합니다. 우리나라는 연구단계입니다.



소총탄은 대부분 소각되고 곡사포용 폭탄 등의 외부 철제나 황동류는 고철로 팔립니다. 여기서 나온 고철은 고물상을 통해 전기로업체 등에 팔려나갑니다. 탄약을 소각할 때는 연기가 보통이 아닙니다. 환경 유해 요소도 많고요. 폐기업체들이 많은 돈을 들여 시설을 갖춰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훈련용으로 쓰인 형제들과 달리 저는 폐기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다했습니다. 죽은 것이죠. 그래도 여한은 없습니다. 우선 생전에 평화가 지속된 덕분에 인명 살상용으로 쓰이지 않은 점에 감사합니다. 태어난 뒤부터 창고에만 있었지만 언제든지 싸움터에 나갈 준비를 갖추고 나라를 지키는데 일조한 보람도 있습니다. 우리를 만들고 보관하는 데 적지 않는 돈이 들지만 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기회비용으로 여겨준다면 비록 지금 연기로 흩어지고 있어도 기쁜 마음으로 하직을 고하겠습니다./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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