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발의 원인은 러시아의 시간 끌기다. 앞서 25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부처 간 협의 등을 이유로 “결의안 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표트르 일리이체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도 지난주 대북 제재안 표결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다음 주”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유례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담은 결의안 초안 내용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상세히 논의하면서 북한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라브로프는 통화에서 “국제사회의 대응은 단호해야 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원 채널을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그렇잖아도 어려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하고 민간 경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북한과 외국 파트너들 간의 합법적 관계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의안 초안의 강력한 대북 제재들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어렵게 하고 러-북 양국의 경제 협력 프로젝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제재 내용에 이의를 제기해 큰 폭의 수정을 요구할 경우 채택까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안보리 이사국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찬반 표결이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김현수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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