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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아프리카 들소는 어디쯤 왔을까

핀테크·ISA… 반환점 돈 금융개혁

성과주의 넘어 새 수익원 고민할 때

생존 위해 대이동 반복 누떼처럼

1년여 골든타임 절박하게 움직여야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꽃보다 청춘'에 나오는 나미비아의 하늘은 숨 막힐 듯 푸르러 보였다. 야생의 코끼리를 도로 위에서 만나고 사냥을 마친 사자와는 비록 굳게 닫힌 차 안에서라도 마주하고 싶다.

아프리카의 들소 떼도 만나야 한다. 지난해 봄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인 마라강을 무사히 건넜는지 올해도 어김없이 그 대이동을 위해 모여들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

지난해 이맘때쯤 나는 금융당국이 천명한 금융개혁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비유한 아프리카 들소, '누' 떼의 이야기로 칼럼을 썼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이제 그 여정에 대한 소감과 다시 시작될 대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다.

우선 금융개혁이라는 대이동의 반환점을 돈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박수를 보낸다. 분명 금융개혁의 주체들은 쉼이 없었고 성과도 분명했다. 금융 현장의 목소리부터 청취하며 규제를 뽑아냈다. 보험업권에 작용했던 '보이지 않는 손'이 20여년 만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인증과 인터넷은행으로 상징되는 핀테크의 진화와 성장은 금융 거래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기세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금융당국의 자세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달 금융권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금융당국 실무자들에게서 금융개혁의 의지와 실천을 위한 자세를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호루라기를 들었던 심판들이 코치로 전직해 금융권과 함께 뛰고 있다는 얘기다.

고난한 여정이었지만 누 떼의 대이동처럼 금융개혁 역시 여전히 진행형이다.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될 개혁이 더 어렵고 힘겨울지 모른다. 아프리카의 대이동이 그렇다. 푸른 초원 케냐 마사이마라에 도착해 몸을 푼 누 떼는 다시 어린 새끼들을 이끌고 마라강을 건너 11월 세렝게티 평야로 돌아온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새끼 들소와 이를 챙겨야 하는 어미 들소들에 1,600㎞가 넘는 여정이 어느 정도의 힘겨움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다시 시작되는 대이동에서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던진 화두는 '고객을 위한 경쟁'이다. 2단계 금융개혁은 금융소비자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금융사 간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경쟁을 위한 환경은 이미 조성됐다. 지난달 말 계좌이동제가 전면 시행됐고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를 위한 경쟁도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하반기에는 인터넷전문은행도 출범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은행들은 자체 모바일뱅킹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로운 금융 채널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갈수록 어두워지는 금융시장 환경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갈수록 이자 마진은 줄고 어렵사리 벌어들인 돈은 부실기업 대출의 충당금으로 쓰였다. 결국 지난해 국내 은행 전체의 수익은 3조5,000억원. 1년 전 6조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지 않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저성장·저금리·고령화 등으로 상징되는 뉴노멀 시대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것에 대비해 내실을 다지고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당장 급한 것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것인데 이보다 성과주의 확산을 밀어붙이는 것이 금융개혁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정책에 코드를 맞춰야 하는 사측은 강수를 둘 수밖에 없지만 불 보듯 뻔한 반발과 갈등이 개혁의 발목을 잡지나 않을지 우려스럽다.

2016년 봄, 탄자니아 세렝게티 평야에 모여든 누 떼는 이제 곧 케냐의 초원으로 대이동을 시작할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그 여정이 아프리카 들소의 숙명이고 삶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금융의 개혁이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웅장한 행진처럼 지속될 수 있을지 자신하기 어렵다. 결국 앞으로 1년여의 시간이 금융개혁 완성에 주어진 골든타임인 셈이다.

아프리카 들소의 대이동이 생존을 위한 절박함에서 반복되는 것처럼 금융개혁도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절박한 목표를 바라보며 진행되기를 바란다.

/박태준 금융부장 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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