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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알파고에 또 불계패] 이세돌 9단 결정적 실책 없었는데… 알파고의 악수는 악수가 아니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10일 벌인 제2국은 바둑이라는 게임의 관점에서만 보면 역전에 역전을 거듭해 재미를 만끽하게 한 명국이었다. 하지만 실착과 완착으로 지목된 알파고의 잇단 착점이 결과적으로 실착과 완착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나고 이렇다 할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이 9단이 끝내 패배한 것을 두고 관전자들은 재미에 앞서 소름이 돋는 한 판이었다고 규정했다.

비록 1국에 이어 불계로 끝났지만 2국은 마지막까지 형세를 알 수 없는 미세한 바둑으로 일관했다. 상대가 한 수 둘 때마다 형세가 뒤바뀌고는 했으며 해설을 하는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도 승패 전망이 엇갈리고는 했다. 알파고는 이날도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를 여러 번 뒀다. 전날에는 일반적인 수가 아니면 "한발 늦은 완착" 등으로 표현하며 평가절하하던 해설자들도 이날은 "알파고가 뭔가 계산이 있을 것"이라며 이 9단을 상대로 1승을 거둔 알파고를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후반의 계가 국면에서는 "알파고가 이상한 수를 둔 게 분명한데 나중에 집을 세어보면 이상한 수가 아니었다"며 알파고의 초절정 계산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날 대국에서 첫 번째 이상한 착점은 흑15였다. 알파고는 하변으로 벌려 정석을 완성해야 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 백을 들여다보며 집을 굳혀줬다. 하지만 좌하 귀를 차지하고 백에 세력을 내어준 다음 화점을 차지하고 보니 3선에 두는 정석에 비해 실리와 세력의 조화를 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변 화점 위쪽 5선으로 백을 짚어간 수는 아마추어가 뒀다면 프로 사범에게 크게 혼날 만큼 비상식적인 수였다. 이 수는 평소라면 백에 4선으로 집을 내도록 한 악수지만 이날 대국에서는 좌하에 커지고 있는 백 세력을 먼 거리에서 삭감하는 묘수가 됐다. 이 9단도 이를 의식해 4선으로 두지 않고 중앙으로 머리를 내밀며 알파고의 착점에 감탄했다.

굳이 이 9단의 패착을 지적한다면 후반 들어 상변에 침투한 수다. 이 돌은 착점이 더해질 때마다 생사를 걱정해야 하는 미생마로 남아 알파고의 타깃이 됐다. 이 9단은 대마를 놓아둔 채 우상귀에 실리를 키우며 대항했지만 끝내 미세한 집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돌을 던졌다.



이 9단은 불계패를 선언한 뒤 한동안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SBS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흐름상 백의 완승이었다. 질 수가 없는 바둑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9단의 충격이 어제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바둑TV의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이상한 수라고 하면 좋게 표현한 것이고 사실 망한 것 같은 수가 여럿 있었다"며 "(이런 수는) 생각도 못한 수다. 둘 수 있는 기사가 없다. 떠올릴 수조차 없는 수들인데 결과적으로 보면 좋았다"며 놀라워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대국이 끝난 뒤 "이제는 이 9단이 이기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한 판이라도 이긴다면 대단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3국은 하루를 쉬고 12일 오후1시 서울 종로 포시즌호텔에서 열린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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