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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큰 한방' 쐈지만 시장소통 실패… 국제금융시장 '드라기 쇼크'

"추가 금리인하 없다" 불필요한 발언에 시장 요동

대규모 부양책 발표에도 증시 급락·유로화 반등

정책여력 있어 호전 가능성… 美 금리 결정 주목


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현지시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부양책을 총동원해 '한 방'을 쐈지만 마지막 부양책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오히려 휘청거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바주카포만 믿고 시장과 소통에 실패한데다 잇따른 부양책에도 물가와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자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ECB가 사상 첫 제로금리에 시장도 기대하지 않은 회사채 매입(4월부터)까지 동원했고 추가 정책 여력도 남아 증시 등 금융시장이 호전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다음주 일본은행(BOJ)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결정을 둘러싼 시장의 주목도 역시 커지게 됐다.

11일 국제금융센터와 주요 투자은행(IB),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ECB의 전날 부양책은 시장이 예상한 것보다 더 강력한 바주카로 평가됐다. ECB가 예금금리를 -0.3%에서 -0.4%로 내릴 것은 예상됐지만 기준금리까지 0.05%에서 0.00%로 인하한 것은 예상 밖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채매입 등을 통한 양적완화 규모를 기존 월 600억유로에서 800억유로로 확대하면서 매입 대상에 회사채를 새로 포함시켰다. 캠펜자산운용의 릭 덴 하르토그는 회사채 매입에 대해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양적완화 규모도 시장 예상보다 50억~100억유로가 늘었다.

아울러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6월부터 시중은행에 저리자금을 4년 만기로 빌려주는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시즌2를 시행하기로 한 데 대해 "TLTRO가 제대로 작동하면 ECB가 기업과 가계에 대출하는 은행들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드라기의 '입'이었다. 지난해 12월 부양책을 예고했다 화력이 부족해 시장을 실망 시킨 드라기 총재는 야심 찬 한 방을 발표하며 시장의 환호를 끌어냈지만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하는 할 필요가 없다"는 불필요한 언급으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양책 발표 직후 독일과 영국, 프랑스 증시가 2~3% 급등했지만 드라기의 발언이 시장에 "더 금리를 내릴 수 없고 이번이 마지막이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독일 DAX 지수는 결국 2.31% 급락했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1.70% 하락하며 장을 끝냈다. 특히 1.6% 이상 떨어지던 유로화는 유로당 1.217달러로 2% 가까이 급반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부양책은 대개 주가를 올리고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시장은 정반대로 반응한 것이다. 유럽이 대규모 부양책에도 속절없이 흔들리자 뉴욕 시장도 영향을 받아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 역시 소폭 하락한 채 장을 마쳐야 했다.



드라기 총재가 '마지막' 부양책이라고 명시하지도 않고 "새로운 사실은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며 여지를 뒀지만 유럽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에는 최근 부양책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도 작용했다. 실제 ECB는 이날 올해 유로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1%로 크게 내리는 한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예측치도 1.7%에서 1.4%로 낮춰 발표했다. 마이너스 금리 확대는 은행 건전성 우려를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ECB의 정책 여력이 남아 있는데다 드라기의 오럴 리스크가 잦아들면 시장은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한국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 등 아시아 증시가 11일 소폭 상승했고 이날 오전 유럽의 영향을 받아 3원 오르며 시작된 원·달러 환율은 10원40전 내린 1,193원10전에 장을 마쳐 부양책에 따른 위험선호 심리를 확인했다.

다만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재확인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여전히 팽배한 만큼 각국 중앙은행 등의 정책에 대한 의존도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BOJ는 오는 14~5일 통화정책회의를 열며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15~16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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