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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톡톡 생활과학]우리 몸 속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른다

네안데르탈인 여성을 복원한 모습. 연구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채소와 곡식을 조리해 먹었다.




서양에서 ‘네안데르탈인’이란 말은 멸시의 의미를 담고 있다. 힘만 셋지 둔하고 지능과 문화 수준이 낮아 인류에 비해 덜 발달 된 유인원으로 여겨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럽 사람들에게 네안데르탈인을 닮았다는 말은 ‘넌 짐승이야’라는 말과 같았다. 그래서 이 말을 들으면 아주 큰 모욕감이나 분노를 느낄것이다. 그런데 실제 우리 몸속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0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스반테 페보 박사 연구진이 30억 개가 넘는 네안데르탈인의 DNA를 분석한 결과 유럽인 유전자의 약 4%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어 2014년에도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현생인류 유전자의 2~4%는 네안데르탈인에게서 유래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왼쪽)과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오른쪽).


최근의 연구 결과 네안데르탈인이 인류와 교배한 시기도 10만년 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 연구팀은 시베리아 남부 알타이산맥 동굴에서 출토한 1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뼈에서 추출한 유전자 가운데 21번 염색체에서 인간 유전자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 동안 학계에서는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현생인류가 약 6만년 전 유라시아로 이동하면서 네안데르탈인과 섞였다는 주장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보다 앞선 10만년 전에 인류와 네안데르탈인 간의 교배가 이뤄진 흔적이 나오면서 인류의 이동 시기도 앞당겨지게 됐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이 3만년 전이니 적어도 수 만년간 인류와 공존했다는 증거가 된다.

교배로 섞인 유전자는 인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쩌다 섞인 불필요한 유전자가 아니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거나, 우리 몸에 털을 만들어 찬 겨울의 냉기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등 생존에 필수적인 유전자였다. 또 후각, 시각, 세포 분열, 정자 건강, 평활근 수축 조절 등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이었다. 따뜻한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인류에게는 추운 유라시아는 혹독한 지역이었지만, 오래전부터 그 곳에서 거주하고 있던 네안데르탈인들은 그 지역의 질병을 이겨낼 수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인간은 짝짓기를 통해 질병에 강한 후손을 생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들은 또 현생 인류에게 추운 기후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굳센 피부를 줬다. 혈액을 더 빨리 응고시키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특성이 우리 조상들이 상처의 출혈을 줄이는데 도움을 줬다. 물론 좋은 유전자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몇몇 네안데르탈 유전자 변이는 우리의 몸을 루프스, 크론병, 2형 당뇨병, 우울증, 담배 중독에 잘 걸리게 만들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게놈 해독을 이끈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패보 박사가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들고 있다.


과연 네안데르탈인은 어떤 존재였을까? 과연 그들은 인간에 비해 지능이 뒤떨어져 멸종했을까?

1908년 프랑스 남서부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들을 최근 다시 조사한 결과 장례 의식에 따라 매장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네안데르탈인이 매장 풍속을 지녔다는 것은 그들도 복잡한 인지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스페인에서 발굴된 4만∼6만년 전의 대변 화석을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도 채소를 요리해 먹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네안데르탈인은 육식만 했으며, 지나치게 고기에 의존하는 바람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또한 현생 인류가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남긴 것처럼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암각화가 최초로 발견됐다. 이베리아 반도의 고르함스 동굴에서 발견된 이 그림에 대한 연구 결과가 정확하다면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 예술을 남긴 주인공이 된다. 네안데르탈인이 사냥용 창이나 날 등 정교한 석기나 가죽을 손질하는데 쓰는 뼈 도구를 사용했다는 증거도 발견됐다.

그들이 언어를 구사했을 것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언어와 관련된 폭스피투(FOXP2) 유전자가 있는데, 연구 결과 네안데르탈인의 이 유전자는 현생 인류와 똑같았다. 이 유전자가 망가지면 말을 못한다. 어쩌면 그들도 사람 못지않게 유창한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인간에 비해 지능이 뒤떨어져서 멸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베리아 알타이 사맥에 위치한 데니소바 동굴을 찾은 관광객들. 이 곳에서는 데니소바인의 어금니 2개와 손가락 뼈가 발견됐다.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시대에 인류의 또 다른 인류의 사촌인 데니소바인이 있었다.

데니소바인은 러시아와 중국, 몽골의 접경지역인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의 3만 년에서 5만 년 사이 지층에서 유골이 발견된 고 인류로서 명칭은 동굴 이름에서 유래한다.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과 마찬가지로 현생 인류가 등장하고 얼마 이후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지난 2008년 알타이 산맥의 한 동굴에서 데이소바인의 손가락 뼈 조각과 어금니 2개가 확인됐으며 형태학적으로 네안데르탈인과도,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도 확연히 구분된다. 데니소바인들은 현생 인류보다 골격이 튼튼했으며 힘이 강했지만 문화적인 수준은 낮았다고 간주됐다. 그러나 지난해 데니소바 동굴에서는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는 발굴이 이뤄졌다. 맘모스 뼈와 다른 석기들 사이에서 정교하게 세공된 팔찌가 발견된 것이다. 고고학계는 인류의 석기 공예 기술은 약 1만년 전 빙하기 이후에나 가능했다고 보고 있었다 . 이번 발견으로 데니소바인들의 문화적 수준이 현생 인류보다 3만년이나 앞선 것으로 밝혀졌다.

데니소바인 여성을 복원한 모습.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는 남태평양에 거주하는 멜라네시아 인들에게 남아 있다.


유전자를 추적한 결과, 데니소바인은 멸종하기 전에 호모 사피엔스와 결합함으로써 그들의 특수 유전자를 오늘날 인류의 DNA 풀에 남겼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바로 헤모글로빈 생산을 조절하는 유전자인 EPAS1이다. 그 특수 유전자 덕에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 사는 티베트인들이 온몸에 충분한 혈액을 전달하는 능력을 지니게 됐다. 또 남태평양에 거주하는 멜라네시아인은 4%의 DNA를 데니소바인으로부터 물려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관심은 데니소바인이 살았던 시베리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파푸아뉴기니와 남태평양의 섬에서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조슈아 아케이 교수는 “멜라네시아 조상이 언제 어디서 데니소바인과 이중 교배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동남아시아 어느 지역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동남아 인구 중 일부 데니소바인의 후손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유전자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mt)는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기 때문에 진화 및 유전 연구에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즉 어머니에게서만 mtDNA 를 받기 때문에 실제 어떤 경로로 인구 집단이 유지되고 확산되었는지를 추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이 때 분석된 mtDNA 염기 1만6,500 개를 조사한 결과 데니소바인과 현대인의 차이는 385 염기였습니다. 반면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차이는 202 개 정도였고 침팬치와의 차이는 1,462 개였다. 이를 근거로 데니소바인은 호모 에렉투스에서 진화된 인류의 형제뻘 되는 사람과의 생물로 호모 사피엔스의 조상과는 대략 70 만년 이전에 갈라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지기 훨씬 전에 호모 에렉투스는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져나갔고 데니소바 인은 이들의 후손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생 인류의 DNA에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DNA가 포함돼 있는 것처럼, 데니소바인의 DNA에도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17%가 포함돼 있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세 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복잡한 관련을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현생 인류의 기원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점점 깊이를 더해가고 있으며, 우리의 뿌리도 그만큼 복잡하고 심오해지고 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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