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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한 청춘, 탈출구는 없는가

방황하는 10대·20대를 다룬 영화

글로리데이·수색역·커터 잇단 개봉

글로리데이




꽃피는 계절을 맞아 모처럼 10대·20대 눈부신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한국영화가 잇따라 개봉하는데 어째 그 내용이 온통 다 우울하다. 어떤 아이는 갑작스러운 가난에 어쩔 줄 모르다 범죄의 길로 빠져들고, 다른 아이들은 예기치 못한 불운을 감당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나자빠진다. 영화는 시대의 거울이라고들 하는데, 정말 이 모습들이 이 시대 청춘의 현실이라면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대체 어떤 위로를 들려줘야 하는 걸까. 탈출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영화 속 청춘들만큼이나 관객의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다.

‘글로리데이(24일 개봉)’에 나오는 용비(지수)·상우(김준면)·지공(류준열)·두만(김희찬) 네 친구는 갓 스무 살이 됐다. 누군가는 대학 입시에 매달리고 누군가는 곧장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등 삶의 방향은 갈라졌지만 여전히 서로를 아낀다. 넷은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있던 상우를 배웅하기 위해 오랜만에 모여 포항으로 떠난다. 낡은 봉고차 한 대를 끌고 무작정 떠나는 친구들과의 여행. 하지만 한껏 들떴던 기분은 뜻밖의 사고와 함께 무너진다. 여자를 구타하는 사내를 말리다 싸움이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끌려가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 도망치던 과정에서 상우가 뺑소니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져버렸고, 시비가 붙었던 남자 또한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어 버렸다. 불행은 이들이 구하려 노력했던 여성이 ‘아이들이 남편을 죽였다’는 거짓진술을 하면서 정점을 찍는다.

‘수색역(31일 개봉)’에도 네 명의 친구들이 나온다. 윤성(맹세창)·상우(공명)·원석(이태환)·호영(이진성)은 서울 서북쪽 끝자락의 가난한 동네 수색동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이다. 장사나 고물상을 하는 어른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언젠가 나 또한 비슷한 삶을 살겠거니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친구 중 원석만이 재개발업자의 일을 도우며 큰돈을 버는 등 다른 삶으로 나아간다. 상우는 원석을 부러워하던 중 좋아하던 여자까지 뺏기자 원석과 다투게 되고, 그러다가 원석은 하반신이 마비될 정도로 다친다. 상우는 죄책감을 느끼지만 불행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더욱 삐뚤어져만 간다.

‘커터(30일 개봉)’는 고등학생 두 친구 윤재(김시후)와 세준(최태준)의 이야기다. 어머니 치료비를 구하고자 돈을 벌고 싶었던 윤재는 세준에게 아르바이트를 소개받는데 술집에서 건당 10만원에 ‘즉석만남’을 주선하는 일이다. 고등학생이 종일 일해도 얻기 힘든 높은 보수에 윤재는 뭔가 찜찜하면서도 계속 일을 한다. 나중에야 자신이 하는 일이 성범죄와 관련된 사실을 알아챈 윤재는 충격을 받아 자수하려고 하지만 세준과의 관계 등이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세 이야기는 모두 청춘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만날 법한 불운에 대해 말한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쁜 일들이야 일어나기 마련이고 이런 불운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면서 아이는 어른이 되는 법이다. 안타깝게도 세 영화가 보여준 해법은 그 어느 하나 희망적이거나 아름답지 못했다. ‘글로리데이’ 속 청춘들은 부당하다고 여긴 어른들의 세계로 편입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겨우 모면했고, ‘수색역’과 ‘커터’ 속 아이들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방법밖에 알지 못해 그대로 무너져 갔다. 공교롭게도 불운에 휘말려 허우적대는 이 청년들은 모두 가난해서 무력했다. 우연일 뿐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사진제공=각 배급사

수색역


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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