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여성 처벌 발언, 기자 폭행 등 악재가 겹치면서 최대 위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경선 레이스의 중간 승부처인 위스콘신주 경선(5일) 승리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승자독식제를 택하고 있는 위스콘신주에는 42명의 대의원이 걸려 있는데다 막판 승부처로 꼽히는 뉴욕주 경선(19일)과 캘리포니아주 경선(6월7일) 결과를 가늠할 리트머스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라신 지역 유세에서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경선 전날인 4일에 첫 지원유세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멜라니아의 등장은 트럼프의 낙태 발언으로 등을 돌린 여성 유권자를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타운홀미팅에서 “불법으로 낙태하는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발언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여기에 유세장에서 벌어진 폭행사건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측근 인사의 기자 폭행에 이어 트럼프 자신도 유세장에서 시위하던 대학생 3명으로부터 폭행조장 혐의로 소송을 당한 것이다. 이들 대학생은 “트럼프 유세장에서 인종차별적 발언 등에 항의하다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낙태 발언과 폭행사건으로 떠난 표심을 붙잡기 위해 전매특허인 고립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위스콘신은 일자리와 무역 측면에서 큰 손실을 봤다”면서 ‘보호무역’ 회귀를 강조했다. 위스콘신주의 제조업 지대였다가 쇠락한 ‘러스트벨트’의 표심을 노린 것이다.
현재 위스콘신에서 트럼프의 인기는 높지 않다. 폭스비즈니스가 지난달 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 지지자 중 트럼프의 지지율은 32%로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의 42%에 뒤져 있다. 이 조사는 트럼프의 낙태 발언 이전에 실시된 것으로 실제 지지율은 이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현재 트럼프는 73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1,237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461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크루즈 의원이 위스콘신주에서 승리하고 그 여세를 몰아 뉴욕·캘리포니아주에서도 이기면 중재 전당대회에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책에 무지한 후보가 백악관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 후보를 겨냥했다. 한국과 일본에 핵무장을 허용해줄 수 있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일본 및 한국과의 동맹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 존재와 관련한 기반이나 초석으로 해당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보증해왔다”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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