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시장 상인들이 지난 1월 한샘 수원광교 플래그숍 건설현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가구 뿐만 아니라 많은 생활용품을 팔고 있는 한샘 플래그숍은 상인들에게 위협이 됐고 그들은 상생을 요구했다. 그리고 다시 3월 한샘 수원광교점은 별 탈없이 문을 열었다. 겉으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는데 시위를 주도했던 수원 시장 상인들은 잠잠해졌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서울경제신문이 취재를 한 결과 한샘은 시위를 주도한 시장상인 집행부에 돈을 건네 사태를 무마시켰다. 한샘 측은 처음부터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았고 수원시와 상생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고 하지만 일부 상인들의 요구에 응한 것은 가구업계 1등으로서 아쉬움이 크다.
급격한 성장 뒤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마련이다. 한샘은 불황에도 국내 가구업체로는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바라보고 있고 그만큼 주가도 수직 상승했다. 한샘이 고속 성장한 배경에는 플래그숍이 있다. 매장이 클수록 그림자는 컸다. 대형 매장이 들어오면서 주변 골목상권은 위협받는다. 시장 상인들의 매출은 급감했다. 한샘은 전시장과 판매장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에서도 벗어났다.
한샘의 성장을 수십년간 떠받친 대리점주들도 외면받았다. 불과 2~3년 전에 이케아가 들어오면 매장을 대형화해야 한다고 해서 대리점주들은 10억원이 다 되는 돈을 투자했다. 그 다음 코앞에 대형 직영매장이 들어왔다. 수원 광교의 대리점주는 15년 넘게 한샘과 거래했지만 불과 2km 앞에 플래그숍이 들어오면서 사업을 접었다. 서울 목동과 대구 범어동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리점주들이 쌓아온 네트워크와 정보를 무단으로 활용해 대리점주들의 상권에 대량으로 판촉했고 남아 있는 대리점주들 중 상당수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문제의 시작은 소니가 무너진 원인이었던 ‘사일로(Silo) 문화’가 한샘에 자리잡게 되면서부터다. 곡물 등을 대량으로 보관하는 구조물인 사일로처럼 회사 안의 사업부들끼리 성을 쌓고 서로의 이윤을 독점하려는 경쟁이 시작됐다. 같은 아이템을 가지고 직매장사업부와 대리점사업부, 온라인사업부 등에서 판매 경쟁을 해야 하니 사업부들은 서로의 상권을 침해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 내부 경쟁은 한샘이 성장하는 데 기반이 됐지만 한샘 생태계의 구성원들은 성장의 희생자가 됐다.
그림자에 조명을 켜 함께 살아갈지, 그림자는 외면한 채 혼자 살아갈지 한샘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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