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 재고, 복잡하게 계산하면 피우려던 꽃도 쪼그라들어요. 일단 쏟아부은 뒤 흥행해도 ‘이럴 줄 알았다’, 망해도 ‘이럴 줄 알았다’하고 넘기는 게 중요한 거죠.” 지난해 6월, 창작뮤지컬 ‘아리랑’ 개막을 앞두고 만난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책 한 권을 쓰고 있었다. 독특한 책 제목에 갸우뚱하기도 잠시, 역시 박명성다운 답변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국내 대표 프로듀서 박명성이 20여 년간 공연계에 몸담으며 고민한 예술과 경영,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박명성은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 해외 유명 뮤지컬을 한국에 들여와 선보이고 지난해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5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창작뮤지컬 ‘아리랑’을 제작한 장본인이다. 마냥 재미있는 것과는 거리 먼, 누군가는 ‘돈 안 된다’고 꺼릴 소재의 실험적인 연극·뮤지컬도 마다치 않고 도전하는 그는 “익숙한 것은 편하다. 편안한 작업에 도전은 없다. 그리고 가슴이 뛰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여느 책들과는 달리 추천사에 저자에 대한 걱정이 이리도 많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책은 박 감독이 이 ‘무모한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비결을 담고 있다. 작품 선택의 기준과 프로듀서의 역할, 배우 기용의 원칙, 프로듀서라는 사람은 예술가인지 사업인지 등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작품을 올리며 경험했던 현장 이야기 위주로 글을 써내려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1만 7,000원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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