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유해한 전파 혼신’(Harmful interference)을 금지하는데, 이번 북한의 GPS(인공위성위치정보시스템) 교란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입니다.” 권위있는 국내의 한 전파전문가가 최근 사석에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ITU는 헌장과 규약을 통해 전파서비스나 통신에 피해를 미치는 혼신 행위를 하지 말 것을 회원국들에게 의무화하고 있다. 유해한 혼신을 고의로 일으키는 행위가 바로 전파 교란(재밍·Jamming)인데, ITU 회원국인 북한의 대남 GPS 교란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인 것이다.
북한의 GPS공격은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효과)가 좋은 일종의 비정규전 도발과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약 “북한이 GPS 이외의 방송 및 통신용 주파수 대역 등으로 교란범위를 넓힌다면 재난 수준의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GPS교란을 우회하거나 회피하는 일종의 대체식 서비스망을 확보하거나 사후 피해복구 등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 참여정부 이후 현 정부까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미사일 요격망(KAMD) 구축을 추진해 온 것처럼 북한발 교란전파에 대해서도 이를 선제적으로 요격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다층적 방어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전파교란원을 직접 제거하거나 교란신호를 역재밍하는 방안 등 능동적이고 실효성 있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방부가 주도해 범부처 차원에서 북한의 전자전에 대응한 방어체계를 확충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는 관련 예산을 충분히 뒷받침해줘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사이버 안보 앞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국제공조 노력도 필요하다. 공공기관과 기업의 예방시스템 마련도 절실하다.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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