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 등으로 한때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재생에너지 산업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으로 전 세계 태양광 업계의 동반 몰락을 초래했던 중국 업체들의 연쇄 파산이라는 폭풍이 지나간 후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고, 기술 발전으로 생산단가는 점점 더 하락해 저비용 청정에너지원으로 또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기록적인 저유가 상황에서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위기 와중에서도 내실을 다져 온 태양광 기업들은 꾸준히 실적을 회복하며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저유가에도 재생에너지 투자는 급증= 최근 블룸버그는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액이 약 2,700억 달러(약 311조 원)로 석탄 등 화석에너지에 대한 투자액 1,300억 달러의 2배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저렴한 생산 비용 때문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량이 2배 증가할 때마다 생산 비용은 2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와 비교하면 태양광 발전의 생산 비용은 무려 150분의 1로 줄었다. 풍력 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량도 지난 15년 사이 전체의 0.2%에서 3%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생산단가도 꾸준히 하락했다. 마이클 리브라이흐 BNEF 최고경영자(CEO)는 “저유가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줄 것으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앞으로도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점점 더 생산 단가가 낮아질 것이라며 에너지시장에서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이 지난 수십 년 간 지속적으로 화석 연료 수요를 줄이고 있으며, 신흥국들의 석탄 사용량 증가 속도도 점차 느려지고 있다. 최근 중국도 석탄 사용을 줄이는데 동참하고 있으며 석탄을 활용해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영국에서도 문 닫는 광산이 급증하고 있다. 석탄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가스 등도 가격 하락과 투자 감소로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재생에너지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생산 단가가 극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비용 때문에 석탄을 써야 한다는 개발도상국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며,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공급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업 실적도 바닥 탈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수요가 살아나면서 관련 기업들도 다시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태양광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과잉공급으로 지난 2013년 세계 최대 태양광 기업 중국의 썬텍 등 글로벌 업체들이 잇달아 파산할 당시만 해도 관련 업계는 회생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동안 구조조정과 기술 개발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들은 시장이 안정된 지금 다시 사업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폴리실리콘 국제 평균가격은 1㎏당 14.44달러(5일기준)로 1월 이후 7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주요 태양광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표 태양광 기업 퍼스트솔라는 2013년 33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냈지만 2014년 33억9,000만 달러, 2015년에는 35억8,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회사는 올해 39억5,000만 달러, 2018년에는 40억 5,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예측했다. 폭락했던 주가도 저점을 높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당 50달러를 밑돌던 퍼스트솔라의 주가는 올 3월 저점 대비 50% 가까이 상승한 73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고효율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의 JA솔라도 흑자 폭을 키우고 있고 지난해 여름 7달러도 못 미치던 주가는 최근 9달러까지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정책 등에 힘입어 글로벌 태양광 발전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15%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과거 태양광 시장의 과열로 폭락을 경험했던 상당수 업체가 지금은 수급을 조절하면서 투자해 또다시 거품이 꺼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용순기자 sen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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