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기관들은 몇 개월째 후임 기관장이 선정되지 않아 경영 공백이 심각하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는 대구 중·남구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곽상도 전 이사장이 취임 9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퇴임한 후 벌써 5개월 가까이 비어 있다. 지역난방공사도 지난해 말 사임한 김성회 사장 후임 공모를 지난 2월에야 간신히 시작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해 재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코레일 역시 최연혜 전 사장의 비례대표 신청으로 사장 자리가 공석이지만 아직 사장 공모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1개에 달하는 공공기관 수장의 임기가 오는 7월까지 줄줄이 만료되는데 공식적으로 사장 공모절차에 들어간 곳은 지식재산연구원 등 3~4곳에 불과하다. 총선이 끝난 뒤 낙천자나 낙선자 달래기용 차원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 기관 중 상당수도 내부적으로 ‘정피아’ 인사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낙천인사에 대한 배려보다 중요한 점은 전문성이 없는 정치인이 선거판과 공공기관을 오가면서 빚어지고 있는 경영 공백 부작용을 차단하는 것이다. 두 명의 사장이 연이어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총선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하면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수백 편의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는 대란을 겪은 인천공항이 대표적인 사례다. 철새처럼 오가는 기관장에게 공공기관 개혁을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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