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주공 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 청약 성공이 강남 아파트 값 자존심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포동은 개포지구 재건축에 힘입어 아파트 값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치동·도곡동 등 주변 아파트 단지들도 호가 올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1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대치 아이파크 59.97㎡형은 지난주 9억7,000만원짜리 매물이 인근 중개업소에 등록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9억4,000만원 안팎인 매물이 주를 이뤘지만 지난주부터 9억6,000만~9억7,000만원짜리 매물이 조금씩 등장하는 모습이다.
도곡동 도곡렉슬 역시 최근 호가가 조금씩 상향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도곡렉슬 59.98㎡형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8억3,000만~8억5,000만원 수준의 매물이 주를 이뤘지만 지난주부터 8억7,000만~8억8,000만원 시세의 매물도 나타나고 있다.
대치동 C 공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9억5,000만원대의 매물이 주를 이루지만 최근에는 1,000만~2,000만원 정도 오른 물건도 선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매수세는 그리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치동과 도곡동 아파트의 호가가 최근 조금씩 강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달 성공적으로 청약을 마쳤던 ‘래미안 블레스티지’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청약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인근 대치동과 도곡동의 고가 아파트 집주인들이 이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호가를 올리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파트 시장의 ‘주도권’을 다투는 일종의 ‘자존심 싸움’으로 분석하고 있다.
도곡동 H 공인 관계자는 “사실 도곡동과 대치동이 여전히 강남 부동산 시장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강한데 주변부라고 생각했던 개포동이 1위로 올라섰다”며 “이렇다 보니 인근 지역 주민들도 매도 호가를 더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래미안 블레스티지 청약 열풍이 어디까지 지속될 지도 괌심이다. 우선 14일까지 진행되는 계약이 초미의 관심사다.
개포동 S 공인 관계자는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계약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날 경우 최근의 훈풍이 다시 잠잠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 아파트까지 분위기가 확산되려면 부동산 시장 상황이 현재보다 더 나아져야 한다”고 말했다./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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