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총선을 앞두고 단행된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의 도시가스 요금 인하로 소비자물가지수가 0.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 인상 효과 소멸과 공공요금 인하가 맞물려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1% 인근을 맴돌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6월 새로 공표한 ‘물가안정목표제’에 따라 저물가 지속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1월(인하폭 9%)과 3월(9.5%) 도시가스 요금 인하로 인한 소비자물가지수 기여도는 -0.3%포인트였다. 한은 관계자는 “원료비 연동제를 엄격히 적용한다는 정부 방침으로 연초 두 차례 도시가스 요금이 인하됐는데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는 -0.3%포인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0%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1.3% 수준까지 올라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담뱃값 인상 효과 소멸 등의 영향으로 0.8%까지 떨어졌다. 2월 1.3%로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3월 들어 큰 폭의 공공요금 인하 등의 영향으로 다시 증가율이 1.0%로 낮아졌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전기·수도·가스 등 공공요금은 전년 동월 대비 8% 감소했다. 정부의 요금 인하로 도시가스(-19.2%), 지역난방비(-13.3%)가 큰 폭으로 내린 영향이 컸다.
서민층 가계 입장에서는 공공요금 인하가 반가울 수 있다. 저물가 기조 속에서도 고공 행진하는 식탁 물가로 지갑 사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공공요금마저 뛰면 그만큼 서민 구매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도시가스 요금 인하 배경을 두고 4월 총선용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도시가스 요금이 추가로 인하된 3월은 국제유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접어든 시기였다.
특히 공공요금 인하 조치에 곤혹스러운 쪽은 물가 당국이다. 한은은 지난해 말 새로운 물가안정목표제를 공표하면서 목표치인 2%에서 ±0.5% 범위를 6개월 이상 벗어날 경우 이 총재가 직접 저물가 기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들 앞에 이를 설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의 생산 재개로 국제유가가 당분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까지 6개월 내리 1.5%를 밑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총재가 직접 연단에 올라 설명을 해야 한다. 한은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과 저유가 등의 영향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 등 기조적인 물가 흐름은 2% 안팎을 이어가고 있지만 공공요금 인하 등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공공요금 인하가 구매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요금 등은 소비 심리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요금 인하로 생긴 여력이 다른 쪽 소비로 이어지면서 물가가 올라야 하는데 그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소비자물가는 1% 초반의 낮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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