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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한 풍자 보고 더 나은 세상 희망 품어보길"

국내 초연 '데드독' 작가 그로즈

강렬한 캐릭터 창작욕 자극

50여곡 노래 작사 큰 도전

'양철북' 공연 작업도 시작

“함께 웃고 울고 분노하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뮤지컬로 만든 ‘데드독’이 오는 21일 영국 극단 니하이 씨어터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1728년 초연된 거지 오페라는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함께 런던 하층민의 삶을 익살스럽게 묘사해 인기를 끌었다. 뮤지컬을 위해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고 다듬은 주인공은 작가 칼 그로즈(Carl Grose·사진). 영국에 머물고 있는 그와 서울경제신문이 단독으로 이메일 인터뷰를 나눴다.





굳이 이 명작에 손을 댄 이유는 원작의 동시대성에 있었다. “거지오페라는 1728년 당시 정부와 사법시스템, 대기업 등 곳곳에 깔린 부패를 그리고 있어요. 브레히트가 200년 후 거지오페라를 각색해 서푼짜리 오페라를 만들었듯 지금 우리 시대의 버전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고 싶었죠.”

원작 속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도 창의욕구를 자극했다. 거지오페라는 △대도(大盜) 맥히스가 장물 매매업자 피첨의 딸 폴리와 결혼하지만 △피첨의 밀고로 감옥에 갇히고 △간수의 딸 루시의 도움으로 탈옥한 맥히스가 다시 체포되는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데드독은 맥히스를 살인 청부업자로 바꾸었다. 그로즈는 “살인자와 그의 두 명의 여인, 그리고 그녀들의 부패한 부모 등 모든 캐릭터가 생생하고 역동적이었다”며 “한편으론 민담이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원형적인 느낌도 있어 더욱 끌렸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맥히스의 경우 캐릭터 성격에도 ‘미묘하지만 큰 변화’를 줬다. 원작의 맥히스가 도덕적 관념이 없는(amoral) 인물이라면, 데드독에서는 그를 부도덕한(immoral) 상태로 만든다. 말장난 같지만, 이 둘은 큰 차이가 있다. 자기 행동이 잘못인지 아닌지 아예 모르는 캐릭터가 작가에게는 지루하게 다가왔다. “맥히스가 끔찍한 일을 했는데, 그가 그 행동이 끔찍한 짓이란 것을 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니 이야기가 달라졌어요. 관객은 궁금해지겠죠. 주인공이 끔찍한 짓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언제 악행을 그만둘지…갑자기 캐릭터가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50여 곡의 노래 가사를 쓰는 일은 큰 도전이었다. 그는 “음악감독인 찰스 헤이즐우드가 음악을 만들기 전 가사를 먼저 보길 원했다”며 “작업해야 할 50여 개의 노래 모두 스타일이 달라야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데드독에는 18세기 다성음악과 헨리퍼셀의 고음악, 전통 포크 발라드·디스코·뉴 웨이브·펑크·힙합 등이 등장한다. 하나의 쇼에서 이 모든 장르의 음악이 그야말로 충돌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음악이) ‘과하다’고 말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 쇼는 그렇게 미친 이 세상을 보여줄 겁니다. 전 이 작업이 정말 짜릿했어요.”

칼 그로즈는 최근 데드독 연출 마이크 셰퍼드, 음악감독 찰스 헤이즐우드와 함께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공연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내한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는 그는 한국 관객에게 작은 바람을 전했다. “데드독을 보며 함께 웃고, 울고, 이 세상에 분노해주세요. 이 작품으로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시길….” 데드독은 21~2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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