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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담뱃갑 자극적 경고그림 부착 - 반대

보건복지부가 최근 자극적인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을 공개한 후 담배업계와 애연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구강암 환자의 암덩어리 등 혐오스런 사진들을 담은 경고그림 시안을 다음 달 23일까지 확정해 12월23일까지 부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찬성측은 경고그림은 세계적인 추세인데다 흡연 폐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반대측은 서민의 기호품 선택 권리를 크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도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도진호 변호사




지난달 세계 정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있었다. 냉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쿠바를 국빈 방문했다.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라울 카스트로는 만찬회장에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쿠바산 시가와 모히또를 내놓았다. 담배가 양국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최고급 선물로 제공된 것이다.

외국에서는 국빈용 선물, 문화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담배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홀대받고 있다. 심지어 마약처럼 취급당하고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음식점은 물론 길거리에서 흡연자들은 담배 필 자리를 잃었고 TV나 영화관, 전철역에서도 ‘폐암 하나 주세요’ ‘뇌졸증 두 갑 주세요’라는 금연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올해 말부터 담뱃갑에 인쇄되는 경고그림 10종의 시안을 공개했다. 사실 이러한 경고그림은 보건당국이 수년전부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도입을 주장해왔는데 지난해 5월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입된 것이다. 경고그림 시안의 주된 내용은 이와 잇몸이 징그럽게 뒤틀린 구강암 환자, 폐수술 장면, 후두암 환자의 목부위 수술자국 등이다.

이런 경고그림 도입 취지는 흡연자나 잠재적 흡연자에게 담배를 피우면 중병에 걸린다는 충격요법을 사용, 금연을 유도해 국민건강을 증진시켜 보자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비흡연자인 필자가 경고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상당히 혐오스럽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나아가 과연 이 그림들이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까? 오히려 정신 건강을 더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흡연자들이 경고그림을 보고 불쾌감을 가진 채 담배를 피우는 동안 계속 스트레스를 받을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접하는 1,000만 명에 달하는 흡연자들은 오히려 정신적 건강을 해칠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또한 필연적이든 우발적이든 혐오스런 경고그림을 접하게 되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제3자에 대한 충격은 어떻게 하나. 담배를 파는 유통업 종사자는 물론 진열되거나 버려진 담뱃갑을 무의식적으로 보게 될 어린아이, 청소년, 임신부 등 일반인들에게 주는 정서적 충격은 어떻게 해소할지 의문이다.



담배 소매상들도 단지 담배를 판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느낌을 받고 매일 혐오스런 경고그림을 보며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편의점에 들어가 도시락이나 김밥을 살 때, 이런 흉측한 그림을 마주친다면 과연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필자는 경고그림의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 하지만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입법자들이 논의를 거듭한 끝에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을 의무화하면서도 ‘지나치게 혐오스럽지 않고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단서를 국민건강증진법 조항에 명시한 것이다.

복지부는 객관적인 기준과 판단에 따라 지나치게 혐오스럽지 않고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흡연자들은 이번 경고그림 시안들이 지나치게 혐오스럽고 흡연으로 인한 질병이 너무 과장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당사자인 흡연자가 지나치게 혐오스럽다고 주장을 하는데 복지부는 아니라고 하는 것도 이상할 뿐만 아니라 복지부 판단처럼 실제로 혐오스럽지 않다면 금연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기에 스스로 논리가 모순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발표된 경고그림 시안들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는지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의 경고그림 관련 설문조사 등 일련의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됐는지, 경고그림으로 인한 부작용의 효과 및 대응책이 면밀히 검토되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증진이란 대의명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납득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충분한 설명이 전제돼야 제도 시행 후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矯角殺牛)’는 무릇 어떠한 목적을 추구할 때 그에 맞는 수단을 사용해야 하며 그 취지 못지않게 부작용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교훈이다. 국민건강을 증진하려는 정부의 입장도 일견 이해되지만 이로 인해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이들이 지나치게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점점 흉포해지는 요즘 사회에서 국가가 앞장서서 자극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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