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민의를 겸허히 받들고 새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한 것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남은 임기 동안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데 부분적으로나마 야당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는 뜻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그간 국회가 발목을 잡아 4대 개혁 등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야당 심판론’과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펼쳤고 ‘진박(眞朴)’이라는 신조어도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생겨났다.
4·13 총선 5일 만에 나온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서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국면을 돌파하는 카드가 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날 박 대통령이 한 “이번 선거의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해석이 분분하다. 민의를 박 대통령 자신이 생각했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치권이 그랬을 것이었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아울러 민의를 생각한 결과가 무엇인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박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는 비켜서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정작 표명하고자 한 것은 개혁과제 수행에 대한 의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발전과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마무리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특유의 ‘밀어붙이는’ 업무 방식은 바꾸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이날 6분여의 모두발언 중 절반 이상을 경제에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일자리 대책과 노동개혁의 현장 실천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와의 협력 의사를 비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노동개혁을 강조한 것은 결국 시선이 국민의당을 향해 있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이번주 열리는 재정전략회의를 언급하고 “강도 높은 재정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한 것은 선거 과정에서 나온 무리한 공약들이 추진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주문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안보에 대해서도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 포착되고 있다. 내부의 대비가 중요하다”며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비서실과 내각을 향해 “경제·민생정책을 꼼꼼히 챙기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참모와 내각에 대한 쇄신인사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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