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의 이날 발언이 의의가 있는 것은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인 ‘구조조정’에 제1야당 대표가 찬성을 표했다는 점이다. 노동단체 등을 의식해온 야당에서 유력 정치인이 비록 조건부이기는 하나 구조조정에 찬성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각을 세우면서 반대만 해왔던 야당의 이 같은 변화야말로 ‘경제 정당’의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와 별개로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한국 경제에서 구조조정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그동안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구조조정에 선결돼야 할 노동개혁법안의 경우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야당, 즉 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잉투자된 분야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은 김 대표가 지적했듯 대량실업 등 불가피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야권이 이를 빌미로 줄곧 노동개혁법안에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노동유연성’ 제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자유로운 해고에 따르는 일시적 어려움만 부각시키는 정치적 논법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에서 그래도 구조조정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노동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개혁에 야당의 입법 협조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구조조정 찬성론은 한낱 포퓰리즘적 수사(修辭)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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