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짤때도 신산업투자·구조조정에 방점
“유일호팀 무색무취 벗어나 색깔내기 시작” 분석
“환부(患部)는 도려내고 새살을 돋게 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개혁의 취지에 대해 이같이 요약했다. 해운·조선업 등 취약 업종 구조조정을 통해 환부는 도려내고 지능형 로봇, 스마트 자동차 등 미래성장동력이 될 신산업 투자 지원을 통해 산업의 새살을 돋아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대 부문 개혁에 산업 개혁을 더해 ‘4+1 개혁’을 하겠다”며 신산업에 대한 세제·재정 패키지 지원 계획을 밝혔다. 미국과 일본, 턱밑까지 바짝 쫓아온 중국 사이에 낀 ‘신 넛크래커’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과 더불어 새로운 먹거리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는 작업에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1월 취임 이후 지난 100여일 동안 뚜렷한 본인의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해 ‘무색무취(無色無臭)’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유 경제부총리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본인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 경제는 대내외 악재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지난해(2.6%)에 이어 올해와 내년까지 3년 연속 2%대 저성장 구조가 고착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 감소세까지 계속되면서 경제 전반의 활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3월 수출은 8.2%(전년 대비) 줄어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장 기간인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기 부진도 문제지만 주력 수출 품목의 공급 과잉과 중국의 추격 등으로 한계에 도달하면서 산업구조 재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능형 로봇과 인공지능(AI), 스마트 자동차 등 융복합 신산업과 새롭게 떠오르는 고부가가치 업종 중심으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준비하는 ‘(가칭)신산업 투자 촉진 세제’도 이 같은 일환이다. 세부 지원 대상 및 범위는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 설계 과정에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방침은 우선 시장이 열린 곳에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장기적인 기술 개발로 관련 분야가 성숙할 때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재정·세제 지원은 물론 규제 완화까지 여러 혜택을 통해 시장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이 열려 있는 미래성장동력은 지능형 로봇(간병 등 서비스 로봇), 스마트 자동차, 수직이착륙 무인기(드론), 지능형 반도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세법 개정안 때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 부총리는 “신산업 투자, 일자리 창출, 구조조정 지원 등에 방점을 둔 예산 편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취약 업종에 속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큰 과제다. 유 부총리는 “기업 구조조정을 좀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국민경제에 영향이 큰 업종에 대해 관계부처들이 종합적으로 점검해 부실기업은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으로, 정상기업은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으로 재편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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