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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정·월街의 운명 바꾼 회계의 정치학

[책]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 왔는가

■제이컵 솔 지음, 메멘토 펴냄

회계장부 외면해 몰락 자초한 ‘태양왕’ 프랑스 루이14세

세계 금융시스템 무너뜨린 2008년 서브프라임사태 등

수천년 인류역사속에 숨겨진 회계의 정치철학적 의미 다뤄







18세기 말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과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 200년이라는 시차가 나는 두 사건은 회계부정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전쟁과 베르사유 궁전을 지으면서 재정 적자에 시달리던 루이 14세는 회계장부 기록을 중단했다. 이후 프랑스의 재정 상황은 루이 16세에 이르면서 더욱 악화했다. 이 시기 새롭게 임명된 네케르 재무총감은 부채와 인플레이션,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프랑스의 귀족 계급 대지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 판단했지만, 귀족들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개인적 축재를 위해 국가의 돈을 유출 시킨다는 비판이 일자 그는 1781년 왕실의 장부를 공개했다. 그의 의도와 무관하게 장부에서는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특별 지출 항목, 루이 14세의 과도한 식비 등이 발견됐다. 대중들은 폭발했다. 이 일은 프랑스 혁명의 불씨를 댕겼고, 결국 프랑스 왕정은 몰락했다.

2008년 세계적 투자은행은 리먼브러더스가 분식회계(기업이 재정 상태나 경영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한 회계) 사실이 드러나 파산한 이후 미국의 다른 투자은행들도 도산하기 시작했고, 세계 금융 시스템은 붕괴 위기에 몰렸었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급한 불은 꺼진 상태지만 이 사건으로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 전 세계적으로 일었다.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 신봉 국가로 알려진 미국의 정치적 힘도 약화됐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역사학자인 저자가 수천 년에 걸친 인류 역사에서 회계가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살펴본 책이다. 그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회계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도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과 금융위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회계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근대 경제사상의 창시자들은 회계와 정치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애덤 스미스에서 카를 마르크스는 복식부기 회계(양측의 균형을 맞춰주는 회계표기법. 예를 들어 1,000원을 저축했다면 지출 1,000원, 저축 1,000원 이렇게 두 가지를 모두 적는 표기법을 말한다)를 성공적인 경제와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다.



저자는 과거부터 최근에 발생했던 사례들을 언급하며 투명하고 올바른 회계를 갖추지 않을 경우 경제 문제를 넘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치적 안정성은 책임성의 문화를 토대로 하며, 그런 책임성은 바로 복식부기 회계 제도에 의존한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복식부기가 중요했던 이유는 이익 계산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것이 행정부를 심판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대차 균형이라는 중심 개념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중세 이탈리아에서 대차 균형은 하느님의 심판과 죄의 증거라는 신성한 측면을 반영할 뿐 아니라 견실한 사업과 훌륭한 통치를 의미했다. 이 책은 회계를 단순히 재정 거래의 일부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도덕적 문화적 체계의 일부로 바라볼 때 재무적 책임성이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한다.

피렌체와 제노바 같은 이탈리아 도시 공화정과 황금기의 네덜란드, 18~19세기의 영국과 미국은 모두 회계를 교육 과정과 종교 도덕 사상, 예술, 철학, 정치 이론에 통합시켰다.

회계와 책임성 간의 미묘한 상호작용은 한 기업, 그리고 실제로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2008년 우리가 금융 위기에서 분명하게 목격했듯이, 회계는 잘못 사용하거나 등한시하면 체제 파멸의 길로 이끌게 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에서 시작해 스페인 제국, 루이 14세의 프랑스, 네덜란드 공화정, 대영제국, 초기 미국에 이르기까지. 효과적인 회계와 정치적 책임성은 사회의 흥망성쇠를 갈랐다. 건전한 회계 관행은 안정적인 정부와 역동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건설하는데 꼭 필요한 높은 수준의 신뢰를 낳았으나, 부실한 회계와 그로 인한 책임성의 부재는 재정 혼란과 경제 범죄, 사회

1781년 프랑스의 재무총감 네케르가 발표한 ‘왕에게 드리는 보고서(Compte Rendu au Roi)’./사진제공=메멘토


루이 14세./사진제공=메멘토


캥탱 마시의 ‘대금업자와 그의 아내’./사진제공=메멘토


불안을 낳았으며, 때로는 그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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