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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코칭] 돌아서서 보는 여유

과거보다 풍요로워진 세상에도

무작정 앞만 보며 달리는 현실

다른 방향 살피는 여유 가질 때

진정한 자유·행복 누리게 될 것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얼마 전에 부산에 갔다가 광복동과 남포동 사이에서 목적지를 찾지 못해 많이 헤맸다. 과거에 다녔던 감각만 믿고 한 방향으로 쭉 걸어가 봤다. 그런데 20여분 이상 걸어가면서 길 양쪽을 아무리 살펴봐도 목적지가 눈앞에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안 되겠다 싶어 길 가는 이에게 물어봤더니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라는 거다. 그런데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기적과 같이 높은 곳에 걸려 있는 목적지의 대형 간판이 눈에 쑥 들어왔다. 그 순간 “아! 딱 한 번만 돌아서서 보는 여유를 가졌더라면 생고생 안 해도 됐는데”하는 생각이 뇌리를 때렸다.

매 주일 우리 교회 성도들이 가서 섬기는 요양원에서 한 어르신으로부터 아주 소중한 이야기를 들었다. 휠체어에 앉은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여유를 가지세요.” 그리고 또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정작 여유를 누릴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할 때는 그 여유를 즐길 만큼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요즘 세상은 미래의 여유를 위해 현재의 여유를 포기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가는 역설적인 구조 속에 갇혀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빠름이 대세인 사회 구조 속에서 경제적 풍요라는 조건을 갖추고서도 즐길 수 있는 힘과 마음을 잃어버려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또 한편 환경과 전혀 상관없이 하루하루의 삶에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몸과 마음의 쉼을 잘 조절해가면서 균형 잡힌 삶을 사는 사람들도 동시에 만난다. 대별되는 두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 “과연 누가 행복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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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하루 종일 걸리던 거리를 자동차가 1시간에 도달하는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앞으로 최소한 20시간의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기가 나오고 세탁기가 각 가정에 비치되면서 앞으로 주부들은 여유로운 삶을 구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마침내 사람들이 복잡한 일의 세계에서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게 됐고 일상은 더 팍팍하고 피곤에 찌든 신세가 됐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진정한 여유와 행복은 기술의 발전이나 편리한 기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됐다.

결국 시간이 없고 돈이 없고 사람들의 눈에 보기에 궁색한 삶을 산다고 해서 ‘나에게는 마음의 여유마저 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만약 그 마음에 기쁨이 있고 감사가 있고 평안이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여유 있고 행복한 사람이다.



가만히 돌아보면 분주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정신없이 달려가다가 달려간 속도만큼 먼 거리를 다시 되돌아와야만 하는 어려움과 불편함을 부지기수로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마 속도를 많이 높였다면 그 속도만큼 되돌아와야 하는 어려움을 당하는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생의 목적지에 순조롭게 다다를 수 있는 비결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 것을 감안할 때 단 한 번만이라도 방향전환을 해서 다른 방향을 쳐다볼 수 있는 융통성과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불필요한 낭비는 덜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달려가는 길 위에서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딱 한 번만 방향을 돌아서 보면 기적같이 목적지가 뚜렷하게 보일 수도 있다. 다퉈 핀 꽃들이 나를 좀 봐달라고 하는 봄을 지나면서 일상 속에서 다시 한 번 ‘돌아서서 보는 여유’가 나의 마음에도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새 필진으로 참여한 이상화 목사는 감동을 주는 교회를 꿈꾸며 서울 중구에서 ‘문화소통 공감터’ 사역을 하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교회갱신협의회 사무총장으로 오랜 기간 목회자 갱신과 교회연합운동을 해왔다. 또 FEBC극동방송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교계전망대’와 CTS기독교 TV ‘한국교회를 논하다’를 매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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