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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도의 썸타는 토크]"공감과 수용은 치료의 기본. 이겨내는 힘이 생기죠" -심정아 심리상담센터 소장

"내면으로 들어갈 때 진실한 자기를 느껴

떠오르는 이미지를 충동에 의해 그리게 돼

자기가 사랑을 받을 때 아이들에게 사랑을 줘

아이들이 신뢰를 회복하면 헤쳐나갈 힘 생겨

직장 스트레스 심리구조 취약하면 견디기 힘들어

너무 빨리 타 버려 20대 후반에 번아웃 돼 문제"

심리치료 하면 정신과 의사 상담이나 카운슬링이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 치료의 방법에는 ‘대화’만 있는게 아니다. ‘그림’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내면의 고통을 끄집어내고 어루만질 수 있는 촉발점은 어쩌면 말보다는 그림이 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면의 억눌린 감정을 그림을 통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엔 낯설지만 그림을 통한 심리 치료는 선진국에서 흔한 일이다. 오랜 세월 그림으로 심리 치료를 해온 심정아 심리상담센터소장을 만났다. 때마침 심 소장은 대학로에 있는 이앙갤러리에서 심리치료와 관련한 개인전을 4월 27일부터 5월 9일까지 2주간 열 계획이다. 개인전 준비에 바쁜 그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그녀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개인전을 연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는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자신이 아닌 삶을 살아야 하는 측면들이 있잖아요. 내면으로 들어갔을 때 진실한 자기를 느끼는 거죠. 뭔가 생명력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그런걸 느끼게 되면 삶에서 치유의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을 그린 거죠.

예술가들은 그림을 그릴때 상이 떠올라야 되는 거거든요. 그림은 의지로 그리는게 아니라, 뭔가 이미지가 자기도 모르게 떠올라요. 그러면 그 떠오르는 이미지를 어떤 충동에 의해 그리게 되는데, 그러면 결과물이 나오잖아요. 그 결과물들에 대해서 전시를 하려고 하는 욕구가 있죠.

-서양화를 전공하셨는데, 대학원에서는 예술 심리 치료학을 공부하셨습니다. 심리 치료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내 안에서 뭔가가 있었겠죠.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물음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 건가, 내가 생각하고 있고, 느끼는 이런 것들이 맞는 건가 하는 그런 물음에서 출발했던 거 같아요. 세상을 살다 보면 본연의 자기를 잃어버리면서 살아가게 되는 거죠. 맹목적인 그런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그런 의문들이 드는 거죠. 자기의 전반적인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거기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점검하는 거죠.

-그림으로 심리가 표현된다고 하는데, 전공하지 않은 사람, 가령 예를 들면 아이의 그림을 부모가 볼 때,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까요?

▲딱 봐도 굉징히 허하고 외로운 그림들이 있어요.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얘들의 순진하고 순수한 느낌이 아니라. 허하고 쓰러질 것 같구, 어둡고 탁하고, 엄청 공격적인 그림 말이죠. 그림은 자기를 표현하는 거예요.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건 어른이나 아이나 다 똑같아요. 아이들은 특히 그림에 대해 물어보면 순진하게 잘 대답을 하죠. 전문가에게 데리고 오시면, 조금 더 아이에게 얘기를 시켜서, 조금 더 구체적인 것을 알아낼 수 가 있는 게 되죠. 어른들은 직접적으로 얘기는 안하더라도, 그림 하나 하나마다 연상을 시키면, 연상에 대해서 얘기를 해요. 그런데 연상을 하면, 그림 자체에서 해결책이 드러날 때도 굉장히 많아요.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될 것인가 하는 해결점이 자기의 무의식에서 저절로 나오는 거예요.

-간단하고 쉽게 그림으로 마음을 들여다 보는 방법을 설명해 주세요.

▲평소의 감정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게 끔 표현을 하고, 그걸 담아줘야지 아이가 그 감정을 추스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돼요. 부모가 전문가처럼 아이의 그림이 어떻다고 볼 수 있지는 않잖아요. 사실은 그건 되게 오래 배워야 하는 거예요. 그래도 그림에서 인간이라면 알 수 있는 느낌들이 있잖아요. 그림에서 풍겨오는 그 분위기나 느낌들... 공허한가, 공격적인가, 화가 나 있나, 분노의 상태인가, 슬픈가, 우울한가와 같은 것들 말이죠. 또 색감으로도 알 수 있잖아요. 어둡고 탁하고 지저분하고, 그런식으로 하면 아이가 좀 다운돼 있다. 그림이 아주 작아도 문제가 있어요. 그림의 크기가 너무 커도 위축된 것을 보상하려고 하는 심리구요. 그림의 크기는 적당해야 되요.

-운영하시는 심리 상담센터 홈페이지를 보니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아이리딩(eye reading)이라는 것이었는데, 아이리딩이란 어떤 건가요?

▲눈을 보고 읽는 거든요. 건강 상태나 심리상태를 읽는 것이예요. 눈에 홍채가 있잖아요. 홍채학이라고 한의학 쪽에서 홍채를 읽어서 건강을 체크하는 게 있어요. 이건 조금 명상쪽에서 하는 거라서, 건강 이런 것보다는 심리나 영적인 면에서 보는 거예요. 아이리딩은 홍채 모양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심리적이고 영적인 부분을 얘기하는 거죠.



-또 다른 하나는 타로 심리상담이라고 있는데요. 타로 심리 상담은 무엇인지요?

▲우리가 미술치료잖아요. 그림을 사용해서 마음을 알게 되는 거잖아요. 타로를 뒤집은 상태에서 뽑는 게 아니라, 그림을 보고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을 뽑는 거예요. 그냥 그려져 있는 그림에도 자기 마음이 투사되는 거예요. 그걸 같고 얘기 하는 거죠. 미술치료를 할 때 그리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그림을 펼쳐놓고, 당신 마음에 다가오는 그림을 뽑아보라, 그리고 그 그림을 보면 뭐가 생각나느냐, 이런 식으로 하면서 그 때 감정이나 슬픔이나 이런 것들을 표현하면서 시원해지는 거죠.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거, 공감과 수용은 치료의 기본이예요. 치료라는 거는 슬픔이나 힘든 것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수용해주고, 그걸 통해서 거기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힘이나 변화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죠.

-요즘 들어 학대하는 부모,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의 심리는 어떤 것일까요? 학대받은 아이를 치료하는 방법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일단 부모도 사랑을 못 받았겠죠.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랐을 거구. 자기 자신이 사랑을 받으면 사랑의 느낌을 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사랑을 줘요. 그런데 사랑을 못 받은 사람은 자연적으로 흘러 나와야 할 모성적인 측면이 나오질 않는 거죠. 그분들은 아마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거예요. 심리학에서는 부모와의 관계가 세상과의 관계라고 얘기를 해요. 아이들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아이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돼요. 자신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거를 느끼게끔 해줘야죠. 신뢰를 회복하게 해주면 자기가 어느 정도는 다 헤쳐나갈 수 있어요. 어린이들은 그 신뢰가 부모한테서 싹이 트는 면이 있는 거예요. 부모가 아이의 반응에 잘 대응해 주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죠.



-학대받은 경험을 심리치료를 통해 다 극복할수 있나요?

▲100% 다 극복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요. 내면으로 깊이 들어와서 자신의 온전함을 본다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들은 사랑을 먹고 크는 거잖아요. 사랑이 자기 안에서 내면화가 된단 말이예요. 심리치료 받으면 훨씬 낳아져요. 치료 와서 자기가 하는 거를 수용해주고, 그러면 벌써 경험이 달라지는 거죠. 여태까지 난 찬밥신세였고, 내가 무엇을 하든지 다 무관심했던 경험이 나를 수용하는 경험으로 바뀌잖아요. 그럼 이세상에 내가 수용되는 거거든요. 그럼 이 세상에서 한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거죠.

-지금 우리 사회에서 정서적인 문제로 인해 야기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망을 구축해야 좀더 정신이 건강한 사회로 나갈 수 있을까요?

▲가정하고 학교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겠죠. 부모가 되면 부모 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것 말이죠. 가정에서부터 시작하는 그런 교육이 필요하겠죠. 학교는 입시위주의 학교로 변해버려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변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심리 치료라고 하면 아이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이들이 상담을 받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죠. 학교에서 체크했는데 너무 우울하게 나왔다거나, 얘들이랑 너무 잘 싸워서, 공격성이나 이런 것 때문에 오기도 하고, 그리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때문에 오기도 하고, 그 다음에 부모와의 관계가 너무 안 좋아서 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문제는 대부분 부모의 문제예요.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부모님과 연계된 거죠. 얘가 왜 우울하겠어요. 부모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거든요.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나기 때문에. 부모와의 관계 문제가 아이들을 통해서 드러나는 거예요.



-심리 상담 사례중 기억나는 에피소드를 말씀해 주세요.

▲우울증이 굉장히 심해서 온 아이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의존적이예요. 오히려 아이에게 의존하는 경향성이 있는 거예요. 엄마는 그걸 잘 모르셨죠. 아이는 엄마한테 잘 받아들여지고 돌보아지는 느낌이 없어요. 어머니는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건데 아이가 거부하자 그것에 상처를 입은 거예요. 아이가 힘들고 필요로 할 때 그 때는 안 해주고 나 몰라라 하다가 자기가 원할 때 가서 아이한테 치대니까, 아이가 거부를 하죠. 상담 1년 받고 좋아졌어요. 엄마는 한 달에 한번 상담을 했어요. 처음에는 어머니의 힘든 상황에 대해서 공감을 해드리고, 그 부모님들도 부모 교육 받으셨어요. 그래서 결과가 좋게 나왔죠.

-선생님이 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연령대와 대상, 혹은 문제는 무엇인가요?

▲자기 삶을 사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남한테서 덧씌워지는 것 말구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깡이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산다”고 말했죠.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느 것, 그게 제가 가려고 하는 방향이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해야지만 죽을때, 잘 살았구나 하고 갈 수 있는 거죠. 내가 타인의 삶을 살다가 죽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죽을 때 후회가 남겠죠. 억울하고 뭔가 못 산 것 같구. 자기 삶을 살아가는거, 죽을 때 “나 잘살고 후회 없이 간다”하고 갈 수 있는 것, 그게 가장 행복한 바람이예요.

-현대인들은 많은 스트레스와 갈등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는 지표가 있는지요?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견딜 수 없는 한계가 왔다고 느낄 때가 많이 오죠. 자신의 심리구조가 취약하게 형성돼 있을 수 있어요. 어렸을 때 받았어야 할 것들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어른이 돼서 사회에 나와서도 힘들게 느껴지는 거거든요. 우리나라 사회 자체가 힘든데, 그중에서 더욱 취약한 사람들은 더 힘들게 느껴지겠죠. 그리고 우리가 번아웃 된다고 하잖아요. 지금은 20대 후반되면 번아웃이 되요. 50대까지 써야 될 에너지를 20대 후반이면 다 쓰는 거예요. 도대체 왜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거죠. 사회적으로 너무 빨리 다 타버린,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그런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있죠.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들려주세요.

▲자기를 찾아 가는 거, 자기 안에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거죠. 일할 땐 일을 해야 하고, 쉴 때는 쉬어야 하잖아요. 일하고 쉬고가 반복돼야 하는데, 우린 쉬지 못하죠. 일만 하라고 하잖아요. 그럼 사람이 고장 나거든요. 정신적으로도 몸으로도 아파요. 그 반대되는 거를 해줘야 하는 거예요. 일했으면 쉬어줘야 하는 거죠. 일하고 쉬는 것도 음양 태극의 원리와 똑같은 거예요. 자신에 대해 돌아 보는 것이 한번씩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정말 행복한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거,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언인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이 중요한 거죠.

심정아 소장과 얘기하며 어떤 것을 하면서 살아 왔나,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어떤 것에 가치를 두면서 살아 왔나 하며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나는 진정으로 내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겪는 고통도 느껴졌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그 사이 비가 내려 공기가 상쾌합니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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