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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연비조작 파문 '눈덩이'…"27종 200만대 편법 측정"

사태 수습에 천문학적 비용…닛산에도 불똥, 제휴관계 파국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미쓰비시(三菱)자동차(이하 미쓰비시)의 연비조작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연비를 조작한 차량이 미쓰비시가 애초 발표한 4대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으며 사태 수습을 위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케이(産經)신문은 미쓰비시가 연비를 검사·산출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법에 정해진 것과 다른 방식으로 측정해 제출했고 이에 해당하는 차량이 2014년도까지 일본 내 판매실적 기준으로 27종, 200만대를 넘는다고 23일 보도했다.

미쓰비시는 미국법에 정해진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측정했으며 이에 대해 국토교통성은 “(일본의) 법령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쓰비시가 미국식 측정법을 사용한 것이 연비를 실제보다 과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미쓰비시는 앞서 4개 차종의 연비가 실제보다 좋게 나오도록 연비 검사·산출의 토대가 되는 기초 정보를 수정했다고 인정했다.

편법 측정을 한 나머지 차종에서도 연비 부풀리기가 이뤄졌는지가 주목된다.

연비가 조작된 차량을 미쓰비시가 다시 사들여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어 이번 사태 수습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쓰비시 측은 아직 차를 되사겠다는 발표를 하지 않았으나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일본 국토교통상까지 나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표명했다.

조작을 인정한 4종만 고려하더라도 미쓰비시가 부담해야 할 돈은 친환경차 세금 감액분이 100억 엔(약 1천37억원) 이상이고 차량 매입비용이 수천억 엔(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편법 측정 의혹에 휩싸인 다른 차량까지 연비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되면 미쓰비시는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비조작 사태로 미쓰비시와 닛산(日産)자동차의 협력 관계도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미쓰비시가 제작하고 닛산이 자사 상표를 달아 판매한 차량 데이즈 등의 연비도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닛산은 이들 차량의 홍보 책자를 전시장에서 치우고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주문 취소를 하겠다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

미쓰비시의 경차 생산 기술과 닛산의 판매력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양사의 협력은 앞날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들 업체가 2018년에 신형 차를 출시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번 사태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가 앞으로 닛산에 차량을 납품할 수 없을 것이며 닛산과 미쓰비시의 경차 판매 점유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22일 도쿄주식시장에서는 경차 업체인 다이하쓰와 스즈키의 주가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산케이는 독일 교통부 대변인이 독일에서 미쓰비시의 연비조작 차량이 판매되고 있는지를 보고하도록 요구했다고 밝히는 등 이번 사태의 여파가 국외로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쓰비시는 자사의 ‘eK 왜건’, ‘eK 스페이스’와 닛산에 공급한 ‘데이즈’, ‘데이즈 룩스’ 등 경차 4종, 약 62만6천대의 연비가 조작됐다고 이달 20일 발표했으며 이에 국토교통성이 전면 조사를 벌이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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