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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호 농진청장 “金보다 씨앗...골든시드 프로젝트 통해 종자강국 진입할 것”

[서경이 만난 사람] 이양호 농촌진흥청장

2021년까지 4,911억 투입...종자 전문인력 양성·공급시스템 선진화

ICT기술 이용한 '스마트팜' 육성해 노동력 최소화하고 생산성 높여

관광 등 연계 '농업의 6차 산업화' 추진...소득 늘리고 일자리 창출도

이양호 농촌진흥청 청장/권욱기자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는 만물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인류 역사의 태동과 그 궤를 같이했으며 인간 공동체가 성립·존속할 수 있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농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하지만 이런 고귀한 책임을 떠맡은 농민들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는 고단한 현실에 처해 있다. 낮은 농가 소득, 나날이 심해지는 인구 유출 및 농촌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농심은 성나 있다.

올해 취임 3년째를 맞은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이 같은 위태로운 농촌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의지가 역력했다. 이에 청장으로 부임한 지난 3년 동안 농업 현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농촌 사회를 미래 주도형으로 바꾸려는 스마트팜 사업, 1차산업인 농업을 관광·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경제신문 사옥에서 이 청장과 만나 농진청의 중점 정책과 이에 대한 성과, 앞으로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대담=윤종열 사회부장 yjyun@sedaily.com

“고령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농민 평균 소득은 도시보다 턱없이 부족한 게 지금의 농촌 현실입니다. 하지만 위기를 잘 이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 청장은 대화를 시작하며 농촌의 위태로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피력하며 이야기를 열어갔다.

이 청장은 개선책을 농업 현장에서 찾고 있다. 그는 시간만 나면 농촌 현장으로 달려간다.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이에 맞춤형 정책을 펼치려는 의도에서다.

“제가 취임하자마자 한 말이 ‘현장 중심’이었습니다. 농진청 조직이 가장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 농업 진흥을 위한 연구개발인데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죠. 연구를 위한 연구는 안 된다. 무조건 현장에 맞춰라.” 이 같은 지시에 농진청은 모든 업무를 현장에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고 이 청장은 설명했다.

이런 현장 중심의 기조에서 나온 정책 중 하나가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이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시설 작물이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의 품질 및 최대의 생산성을 낳을 수 있게 조성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농촌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력 투입을 최소한으로 하는 대신 생산량은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 청장은 “농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진청의 지원으로 스마트팜을 적용한 농가는 큰 성과가 나왔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 화순의 토마토 농장이다. 농진청은 이곳에 작물의 생육단계별로 각종 환경요인을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는 체계를 보급했다. 그 결과 시스템을 도입한 농가는 그렇지 않은 농가보다 생산성이 40%가량 높아졌다. 반면 관리시간은 50%가량 절감된 것으로 조사됐다. 에너지 사용도 35% 줄었다는 게 농진청의 분석이다. 즉, 예전보다 노동력을 적게 들였음에도 생산량이 올라가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데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노인층이 배우려면 당장은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력은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노인들도 육체적 수고를 줄이는 방법으로 스마트팜을 보급해야 합니다. 농사도 이제는 전자오락같이 하는 시대가 오는 거죠.”

이 청장이 역점을 둔 것에는 ‘농업의 6차 산업화’ 정책도 있다. 6차산업이란 1차산업인 농업과 2차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산업인 서비스업 등이 복합된 산업을 말한다. 가령 농업이라는 1차산업과 관광 프로그램 등 각종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가의 소득을 배가시키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이 청장의 생각이다.



이 청장은 “1차산업으로서의 농업만 하면 현재로서는 부가가치가 낮다. 이렇게 해서는 농가 소득을 올리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다면 식품 가공도 하고 관광산업과도 연계해 농가 소득을 올리고 지역 일자리도 창출해보자는 취지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이를 농가 맞춤형으로 지원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지역 특화품목을 체험관광과 연계하는 사업을 우선 구축했다. 이와 함께 중소가족농 등을 대상으로 창업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산업화의 역량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 또한 성과가 적지 않다. 이 청장은 “6차 산업화한 농가가 일반 농가보다 소득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며 “농진청의 지원으로 경북 문경의 오미자단지는 2005년 300농가가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것에서 지난해 1,260농가가 1,0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가공업체도 59개를 추가 육성했고 축제와 관광상품 개발로 130억원의 창출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농진청은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종자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농민들이 종자 로열티를 과도하게 지급하고 있어 이를 최소한으로 줄여 농가 부담을 덜어내자는 것이 사업 목적이다.

금 3.75g의 현재 시세는 약 18만원에 달한다. 같은 무게의 미니 파프리카 씨앗은 100만원의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씨앗이 곧 금인 세상이다. 2011년 기준 한국 전체 농가가 종자에 대한 로열티 비용으로만 170억원가량을 지급했을 정도다.

이 청장은 “국제적으로 농업 기업들이 활발한 인수합병 등의 방법을 통해 기업 규모를 확대하고 집중화를 가속하는 중이다. 왜 그렇겠나. 세계 각국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종자산업과 식량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화 투자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며 종자산업이 국제적 패권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 청장은 “종자 없이는 작물을 키울 수 없듯이 종자는 농업에서 기초적이고 근본적이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옛말이 있지 않느냐”며 “종자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발굴, 키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농진청은 우리나라를 ‘종자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이른바 ‘골든시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1년까지 총 4,911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종자 수출 2억달러에 이르는 ‘종자 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일종의 마스터플랜이다.

이와 함께 농진청은 종자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종자 공급 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종자산업 육성 5개년 계획’도 세워 추진하고 있다. 이 청장은 “농진청은 국내 품종을 육성하기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국내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것도 농진청이 해야 할 일”이라며 농산품 수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농진청은 이를 위해 우선 중국 현지에서 쌀·포도·김치·삼계탕 등의 품목을 대상으로 수요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이슬람 할랄식품을 수출하는 기업들의 고충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으며 수출을 위한 기술 지원과 해외정보 분석을 하는 데도 10억원가량의 신규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이 청장은 수출농업 육성은 한국 농촌의 체질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농업을 국제적 수준에 맞추고 우수한 우리 농산물이 해외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농업인의 소득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기술을 개발하고 경영방안을 혁신해 국내의 열악한 농촌 현실을 개혁할 수 있는 핵심 방안이 수출농업 육성”이라고도 전했다.

이 밖에 농업을 통한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이 청장은 힘쓰고 있었다.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전 세계 20개국에 설립해 개발도상국 농가의 소득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아울러 농진청은 우리 농업기술을 전파할 때도 새마을운동 정신을 접목시켜 개도국의 자립의식을 고취하고 있다고 이 청장은 설명했다. 이 청장은 “앞으로도 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고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해나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농진청이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혼신의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리=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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