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AI)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변호사 업계에서도 신기술 공부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AI 시대가 오면 지금과 다른 법적 분쟁과 업무 수요가 생길 것이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법무법인 충정은 인공지능 등 신기술 분야 전문성을 키우는 데 가장 적극적인 법무법인(로펌) 가운데 하나다. 충정은 지난해 12월 ‘사물인터넷 세미나’를 연 데 이어 지난 15일에도 ‘인공지능, 3D프린팅, 드론 관련 법률 이슈에 대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선 ‘인공지능 기술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무엇인가’, ‘신기술 발전에 따라 어떤 새로운 법적 분쟁이 예상되는가’, ‘외국의 신기술 관련 법률 동향은 어떤가’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충정은 세미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 관련 자문, 송무 등 전략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안찬식 충정 변호사는 “드론은 물류업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우리나라 법제에선 드론을 물류업에 사용하는 것이 제한돼 있다”며 “이렇듯 법이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다양한 법률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 강점이 있는 영국계 글로벌 로펌 ‘버드앤드버드’와의 협업 등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 관련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보기술(IT) 전문 로펌 민후도 지난달 ‘제1회 신기술 경영과 법’ 컨퍼런스를 여는 등 인공지능 기술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후는 김경환 대표변호사부터 공대 출신으로 첨단 기술 자체에 대한 이해가 높은 데다가 그 동안 수많은 IT 관련 소송을 수행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발판 삼아 인공지능 시대 법률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최주선 민후 변호사는 “빅데이터 시대 정보 보안 문제, IT와 금융의 접목으로 인해 생길 법률문제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아예 AI와 관련된 법리 검토와 연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팀을 따로 만들었다. 이 팀에는 20여명의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다. 오는 28일엔 ‘드론 ·무인자동차에 대한 미국에서의 법적 논의와 규제 현황’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하종선 바른 변호사는 “무인자동차가 인명 사고를 냈을 때의 법적 책임 주체, 드론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등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한 법적 이슈는 무궁무진하다”며 “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변호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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