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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공유경제 시대, 회사 이익도 공유하자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바야흐로 공유경제의 시대라 할 만큼 ‘공유’ 개념을 매개로 하는 비즈니스모델이 각광 받고 있다. 공유경제란 간략히 말하면 물건을 소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빌려 쓰는 경제활동이다. 빈집, 남는 방 등을 필요한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차를 다른 사람과 함께 타는 서비스가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가치는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동차·책·의류·지식 등을 공유하는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조금 다른 측면에서 공유를 실천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해운 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창업자이자 이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배주주가 주주제안을 통해 이익을 회사 종업원과 공유하는 제도를 도입해 지난 2015년부터 실시해왔다. 그해 주주 배당금과 동일한 금액을 임직원에게 이익공유제라는 이름으로 배당했다. 물론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고 종업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비자금 조성이나 리베이트 영업, 하청 비리, 적대적 노동운동 등이 없는 깨끗하고 협력적인 회사를 만드는 성과를 얻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해운 업황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한창 달아오르는 미국 대선에서 유력한 민주당 경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공약 1호도 이익공유제다. 이익공유제는 기업이 1년 실적을 결산한 뒤 남은 이익의 일부를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제도이며 클린턴의 공약은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이익의 15%에 상당하는 금액을 2년간 세액공제해주는 방안이다. 불평등 문제 해소와 일명 ‘정글 자본주의’의 치유를 위한 방안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기업의 약 35%가 이미 이익공유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제도는 기업의 이익을 세금으로 걷고 이 기업과 관련이 없는 일반 국민에게 배분하는 전통적 복지제도의 부작용으로 유럽의 골칫거리였으며 남유럽에서는 지금도 진행 중인 이른바 ‘복지병’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방안이어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주주와 종업원이 회사의 이익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눠 가질 수 있다면 이는 종업원의 근로 의욕이나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과 애사심을 제고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협력적 노사관계 마련의 기틀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고 도입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곤란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근로자나 기업가 모두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노동개혁이나 기업 구조조정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는 요즘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이러한 발상은 적극적으로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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