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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의 Travelogue] 한국방문의 해 성공 바란다면 2000만명 유치 목표 버려라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를 잇따라 겪은 2014~2015년은 분명 한국 관광산업 역사에 터닝포인트가 될 듯하다.

한국 관광의 한계가 확연히 드러났다. 한류 이미지와 쇼핑 위주의 관광 말이다. 전염병 '한방'에 산업이 휘청거릴 정도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관광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다. 세월호 참사에 따라 모든 국내 관광 활동이 멈췄다. '놀고 먹는' 행위를 그런 비상한 시기에는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관광이나 여행이 심신치료 효과가 있다는 명제는 아직 교과서용이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은 나름 긍정적이다. 관광객이 뚝 끊어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나왔고 관광이 '노는 게'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돌리는 '생산적인' 산업이라는 인식이 커졌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정부가 '2016~2018년 한국방문의 해'를 추진한다. '세계인이 다시 찾는 코리아'가 비전이란다. 지난 6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린 한국방문의 해 선포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참석해 축사를 했다. 역대 선포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명 '폼'은 났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질을 채우는 것이다.

한국방문의 해는 이번이 역대 네 번째다. 1994년에는 한국관광공사 주도로, 2001~2002년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위주로 진행됐다. 2010~2012년에서야 정부가 지원하고 민관이 협력 형태로 이뤄졌다. 기간도 점차 늘어났고 이벤트도 다양해졌다. 앞선 2010~2012년 한국방문의 해 주요 목표는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성공' 및 '연간 외국인관광객 1,000만명 달성'이었다. 여수세계박람회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덕분에 2009년 781만명이었던 외국인관광객은 2012년 1,114만명을 기록, 3년 만에 42%가 늘었다.

햇볕이 강했던 만큼 그늘도 짙었다. 지난해의 방한 외국인관광객은 1,420만명으로 사상 최다였고 증가율은 16.6%였다. 2013년은 9.3%였다.



외국인관광객이 급증했지만 국내의 수용능력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질적·양적인 면에서 모두 그렇다. 호텔객실과 관광가이드의 수급불안·교통체증·초저가패키지·바가지 등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메르스 사태는 허약한 관광 인프라에 대한 경고였던 셈이다.

한국방문의 해는 4년 만에 다시 추진된다. 정부는 이번 행사의 목표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과 '연간 2,000만명 외국인관광객 달성'을 내놓고 있다. 올림픽 성공이라는 개념은 모호하다. 결국은 숫자인데 1,400만명(올해 예상치)이 2,000만명이 되려면 40% 이상 성장해야 한다.

관광이 산업이라면 역시 경제논리를 따를 것이다. 유동성의 과잉공급은 거품을 부른다. 즉 숫자가 크다고 곧바로 강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숫자에 가려진 함정을 피해야 한다.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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