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2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14년 3월 7일 새벽 세시 께 당시 만 19세였던 A씨는 귀가했다가 집에 칩입해 훔칠 물건을 찾던 피해자와 마주쳤다. A씨는 피해자가 도망가려하자 달려들어 얼굴을 수회 때렸고 이에 충격을 받은 피해자가 눈가에 피를 흘리면서 무릎을 꿇고 엎드리자 주먹과 발로 다시 폭행했다.
이번 사건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이같은 최초 폭행 이후의 상황이다. 쓰러진 피해자를 두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사는 1층으로 내려가려던 A씨는 피해자가 꿈틀대며 세 걸음 거리를 기어가자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피해자의 뒤통수를 발로 밟거나 걷어찬 다음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와 가죽 허리띠로 추가 폭행했다. A씨의 폭행은 소리를 듣고 달려온 외할아버지가 달려올 때까지 이어졌다. 경찰이 발견할 당시 피해자는 얼굴이 퉁퉁 부운 채 피를 흘리면서 엎드려 코를 골고 있었고 흉기 등은 갖고 있지 않았다. 이 추가 폭행으로 피해자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채 입원 치료를 받다가 그해 12월 폐렴으로 사망했다. 의료진은 폐렴이 폭행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로 인한 후유증으로 분석했다. 법원의 판단 대상이 된 부분도 이같은 추가 폭행의 정당성 여부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행동이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처음 발견하고 폭행해 쓰러뜨렸을 때까지는 자신이나 가족의 법익을 지키려는 목적의 부득이한 행위로 보더라도, 제압한 이후 후속 가해행위는 공격의사가 지배적이었다고 봐야 한다”며 “방위자가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보호할 목적이기만 하면 침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서슴없이 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국가 법질서의 중요성 및 법집행기관의 역할을 경시하면서 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사건은 2심 진행 당시 재판부에 “서양 일부 국가에서는 총으로 사람을 살해해도 정당방위로 처벌받지 않는데 피고인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들어오기도 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정당방위와 관련한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의 법제를 분석해 적시하기도 했다. 2심재판부는 “개별 국가들은 적어도 법익에 대한 침해가 있더라도 그에 대한 반격을 하는데 일정한 제한을 두면서 그 기준으로 반격의 필요성이나 비례성, 사회적 상당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며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상당한 이유를 교구하거나 공격을 위한 행위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우리나라 실정법이나 판례상 법리가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후속 폭행은 최초 폭행이 완전히 종료된 후 일어난 별개의 폭행”이라며 “정당방위나 과잉방위 모두 방위의사가 전제돼야 하는데, 주거침입과 절취행위를 중지시키려고 한 최초 폭행과 달리 후속 폭행은 단지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의사만이 있을 뿐이어서 침해상황 및 방위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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