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대학 컴퓨터공학과 출신이 작은 게임 업체에 다니는 것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싸늘했다. 삼성전자·LG전자 같은 대기업에 입사한 동문 선배나 동기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유독 말수가 줄었다. 연봉도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에서 잇따라 성공작을 내면서 대학 동기들과의 수입 그래프 곡선은 어느 순간 역전됐다. ‘마구마구’ ‘다함께 던전왕’ 등의 스마트폰 게임 히트작에 이어 최근 역작인 모바일액션역할수행게임(RPG) ‘KON’을 내놓은 문성빈(36·사진) 넷마블블루 대표는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먼저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판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최근 건국대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신한은행이 마련한 청년공감 콘서트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빨리 고민해보고 선택한 분야에서 마지막까지 1%의 노력을 더해야 성공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도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졸업 무렵까지 막연히 대기업 입사를 꿈꿨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의 함성이 전국을 뒤흔들 때 30군데 가까이 넣은 입사원서는 번번이 휴지 조각이 됐다. 문 대표의 마지막 희망은 학과 대표로 활동하며 알게 된 선배 기업인이 건네준 명함이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중소 게임업체에 취직했지만 작은 화면에서 구현되는 게임 제작이 내 성격과 잘 맞았다”며 “사장 친분으로 입사했다는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악물고 일했다”고 말했다. 그가 모바일 게임 개발 역량을 쌓은 곳이 2010년 네오위즈에 인수된 지오인터랙티브다. 문 대표는 2009년 말 현 넷마블블루의 전신인 블루페퍼를 설립했으며 2011년 국내 1위 모바일 게임 업체인 넷마블게임즈의 자회사로 합류했다. 창업 당시 6명이었던 직원은 현재 200여명으로 늘었다.
그는 “학부 시절 한 물류 대기업 전산팀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고작 직원들 PC를 재부팅해주거나 운송장 붙이는 일에 투입됐을 때 과연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한 적이 있다”며 “청년들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겉모습이 아닌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한 느리지만 다양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면 기업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대기업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결국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작은 조각이라는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며 “자신이 주도적으로 업무나 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면 중소기업도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제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위치에 선 그는 면접장에서 취업 준비생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문 대표는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당당히 질문하고 회사 사정을 더 많이 알아보는 관심이 필요하다”며 “실수하더라도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신에게 맞는 일과 분야 찾기를 너무 일찍 포기하지 말라”며 “자신이 충분히 해봤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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