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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1명도 정년 못채워…호봉제 집착 말고 임금체계 바꿔야

[고령사회, 해법은 중장년 일자리]

< 상 >아직은 멀기만 한 60세 정년







올해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60세 정년이 시행됐다. 하지만 정년 연장이 60세까지의 고용 보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기화한 경기 침체에 대다수 근로자는 명예퇴직·희망퇴직·권고사직을 당해 정년을 채우지 못한 채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고령화된 한국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중장년 근로자들의 인생 이모작을 위한 대응책을 3회에 걸쳐 제시한다.

#한 중견 출판 업체의 지역 지점장(부장급)인 A씨는 승진한 기쁨이 채 2년을 넘지 못했다. 최근 전화면담으로 권고사직을 당해 3개월치 급여인 퇴직위로금을 받고 20년간 근무해온 직장을 떠나게 됐다. 밥 먹듯 야근을 하고 주말에 일해오며 이제 갓 50대에 접어든 그는 아직 고등학생인 자식들을 생각하면 앞으로 먹고살 일이 막막할 따름이다. A씨의 사례는 우리 사회 베이비부머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기업, 연공급 인건비 부담에 조기 퇴직 압박 불가피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60세 정년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지만 실제 정년까지 근무하는 근로자는 8.1%로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공기업이나 대기업 노조원에만 정년제가 해당할 뿐 현장에서는 아직 요원한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실제 우리 근로자들의 평균 퇴직연령을 보면 53세(남성 55세, 여성 52세)에 그친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인상되는 경직적인 연공급(호봉급) 임금 체계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중장년 근로자들의 조기 퇴직 압박 요인이 되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호봉제 비중은 2009년 72.2%에서 2015년 65.1%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지배적이다. 특히 1년 미만 근속자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 수준은 2010년 3.43에서 2014년 3.72로 높아질 정도로 오히려 강화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유럽연합(EU) 15개국 평균의 2배에 달한다.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직무·숙련·성과 중심으로 꾸준히 임금 체계를 개편해왔다.



대부분 임시·일용직 이동…노인 빈곤층 전락 우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근로자들이 호봉제에 집착하고 임금피크제 도입이나 직무ㆍ직능급으로의 임금 체계 개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년 연장 자체도 어렵다”면서 “저성장 시대에 맞는 인사 관리, 임금 체계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주 일터에서 물러난 50대 이상의 근로자들은 대다수가 생계 유지 및 가족 부양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다. 50∼64세 장년 취업자는 전체 취업자의 3분의1(31.9%)을 차지하며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할 정도다.

OECD에 따르면 실제 은퇴연령은 한국이 71.1세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고 OECD 평균(2014년 기준)은 64.3세다. 즉 50대에 기존 직장에서 나왔다면 약 15∼20년을 다음 직장에서 근무해야 이상적인 모습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노조도 고용 안정위해 직능급 전환 등 함께 고민을



생애경력에 대한 준비 없이 재취업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가는 문제가 크다. 이는 곧 고용의 질 하락과 소득 감소를 일으킨다. 재취업자의 45%는 임시ㆍ일용직, 26%는 영세자영업으로 이동한다. 특히 재취업시 평균 월 임금은 184만원으로 20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3분의1 수준(593만원)으로 떨어졌다. 자녀 학비 등으로 노후자금조차 마련하지 못한 이들이 노인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큰 대목이다. 결국 정년 60세 안착을 위해서는 호봉제를 타파하는 식으로 임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100인 이상 사업체의 경우 연봉제가 1997년 3.6%에서 2014년 72.2%까지 확산됐지만 호봉 테이블을 전제로 운영하면서 ‘무늬만 연봉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장년 근로자가 재취업시 1년 이상 고용계약을 유지하는 비율이 50%가 되지 않는다”며 “노조에서도 적극적으로 임금 체계 개편을 고민하는 게 고용 안정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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