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예탁증서(ADR)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지수 편입 악재에도 국내 증시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경험한 악재인데다 경기회복 기대감 등 개선된 증시 여건이 충격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MSCI는 31일 지난해 11월30일 중국 ADR 14개 종목 시가총액의 절반을 신흥지수에 편입한 데 이어 이날 나머지 절반을 추가로 편입했다. 중국 ADR는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미국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중국 기업의 주식이다.
중국 ADR의 지수 편입으로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막판 1,05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5거래일 만에 순매도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사흘 만에 순매수에 나선 기관이 1,800억원 넘게 사들이며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83%(16.27포인트) 오른 1,983.4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거래대금은 8조4,247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중국 ADR의 신흥지수 편입으로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ADR의 1차 편입이 이뤄졌던 지난해 11월 당시 외국인이 5,382억원을 순매도한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하루에만 1.8%(37.02포인트)나 하락하며 휘청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이날 외국인 매도 규모는 1,000억원대에 그쳤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지난해 1차 편입 때와 비교해 경기회복 기대감과 기업실적 개선 등 시장여건이 개선된 점이 외국인 매도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단 한 고비는 넘겼지만 6월 국내 증시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돼있다. 당장 오는 2일 산유국 동결 합의 여부가 주목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시작으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15일)와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 여부 발표(15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23일) 등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만한 굵직굵직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특히 중국 A주가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될 경우 국내 증시에서 1조원 가량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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