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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세먼지 저감 위한 경유값 인상 - 반대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민경제·자동차 산업에 직격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경유 가격 인상 방안이 나오면서 논란이 뜨겁다.

최근 환경부가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해 현재 휘발유 가격 대비 85%로 맞춰진 경유 가격을 올려 디젤차량 운행을 억제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휘발유 가격과의 연료비 차이 이점을 없애 경유차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기획재정부 등이 자영업자 타격, 소비자물가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경유 가격 인상 찬성 측은 현행 사후 배출규제로는 대기 질 개선에 한계가 있고 경유차 사용자들이 대기오염 피해비용을 충분히 지불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경유차량이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이라는 정확한 근거가 없고 경유 값 인상 시 증세 논란과 함께 서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친환경 세제나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가 인체에 유해한 미세먼지 발생 억제 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해물질에 대해 민감히 반응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대책들이기 때문에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환경부는 지난 2013년 미세먼지가 국내 공사장과 대형 사업장의 비산먼지와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대량 유입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전체 발생원의 15%에 못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국내에서 경유차 붐이 일고 있던 상황에서 환경부가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한 탓에 자동차 업체들이 소위 ‘클린디젤’ 차종을 다양화하면서 경유차의 인기는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클린디젤은 같은 양의 가솔린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미세먼지·질소산화물 등 다른 오염물질 방출도 신기술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돼 정부의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었다.

경유차를 포함한 내연기관차가 지구온난화와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환경과 연비 규제를 강화해왔으며 자동차 업체들도 내연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전기차의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또한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자동차가 내뿜는 유해물질의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시험을 실시한 후 시사점이나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환경부 역시 이러한 추세에 뒤처질세라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수도권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67.7%가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며 이 중 76%를 경유차가 배출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를 놓고 볼 때 그동안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경유차의 인기를 틈타 유해물질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기술개발 투자를 게을리 한 것인지, 아니면 3년 전과 이번의 연구결과에 오류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하지만 법적으로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된 경유차가 하루아침에 클린디젤에서 ‘더티(dirty)디젤’로 바뀐 것은 분명하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정부가 구매 유인을 부여하고 유류 값마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해 인기 판매 차종으로 부상한 경유차에 환경오염 주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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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경유차를 차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유지비가 낮아 경제성이 우수한 차종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환경부의 발표에 따라 대부분의 경유차는 연비도 믿을 수 없고 유해물질을 마구 뿜어대는 더러운 존재가 돼버렸다. 자동차 업체들은 차치하고 경유차 보유자들이 허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경유차의 판매를 억제하기 위해 경유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경유차 판매를 줄이기 위해 경유 가격을 올리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하필이면 다양한 환경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 이때 환경부가 경유차의 유해성 문제를 왜 또다시 들고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자동차 수입을 자유화할 당시만 해도 우리 정부와 소비자들은 외국산 경유차가 밀고 들어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경유차는 시끄럽고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산 경유차가 클린디젤이라는 생소한 명칭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오자 상황이 바뀌었다. 여기에 정부의 수요촉진책까지 마련되자 경유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급증했다. 특히 1톤 경유 트럭과 소형 경유 승용차의 판매가 급증하자 경유차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선호하는 자동차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환경부가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경유차 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 단기 대책으로 경유 가격 인상을 들고 나오니 경유차 보유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운데 환경부는 미세먼지의 발생원에 과거에도 발표했던 직화구이 음식점과 숯가마를 포함시킬 것을 검토하고 있어 서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온실가스 배출과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 수단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경유차 유해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경유차가 배출하는 유해물질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기동력 자동차가 경유 자동차를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자동차 업체로서는 속이 탈 일이다. 수출 주력 차종으로 부상한 경유차를 더 이상 홍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럽의 경쟁업체들은 무탈하게 경유차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유차 문제가 사회 전체적으로 번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와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자동차산업에 또 다른 주름살을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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