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각] 대화와 타협 없는 개혁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프랑스에서 정부의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근로 시간 연장과 해고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개정 노동법에 맞서 지난 2일부터 파리 버스·지하철 노조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거센 저항에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관철 의지는 확고하다.

올랑드 행정부의 결단력은 일면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인한 사회 혼란과 관광객 급감 등으로 이어질 경제 손실을 따진다면 마냥 박수를 보낼 일은 아니다. 훗날 개혁 절차상의 정당성을 놓고 벌어질 갈등과 사회적 비용도 걱정스럽게 비친다.

프랑스 노동자들을 자극한 것 중 하나는 좌파 정부가 노동계와의 대화를 끊고 헌법 예외 조항을 적용해 의회 표결 없이 개정안을 통과시킨 점이다. 프랑스 국민의 상당수가 반대하는 법을 우회 수단까지 이용해 강행한 점은 두고두고 사회 분열의 불씨로 남을 공산이 크다.

우리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비슷한 걱정을 낳는다. 올해 말까지 공기업·준정부기관 도입을 마친다는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로 성과연봉제 도입 비율은 이미 절반을 훌쩍 넘었다. 입법을 통한 노동개혁을 도모하려다 고배를 마신 정부가 성과연봉제에서 추진력을 얻으려는 절박함은 이해가 되지만 사후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성과연봉제와 쉬운 해고의 연계를 걱정하는 노동계의 반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노사 합의 없는 제도 도입은 논란거리다. 임금을 지금보다 적게 받는 직원이 나올 수 있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데 정부가 노조 동의 요건을 무시하고 밀어붙인다며 노동계는 줄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들어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논리가 만약 법정에서 통하지 않고 줄패소를 당할 경우 혼란과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국이 어수선한 프랑스를 국빈방문하고 돌아왔다. 시위 현장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어도 사실상 제왕적 대통령제를 갖춘 양국의 대통령이 노동 문제를 두고 동병상련의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이번 만남에서 내년 4월 대선 연임을 노리며 승부수를 띄운 올랑드와의 교감을 확인했겠지만 두 정상이 역사적 교훈을 공유한 기회도 마련됐기를 기대한다. 딱 10년 전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는 청년실업을 해소한다며 만 26세 미만 젊은이를 고용하면 2년 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최초고용계약법 제정을 강행하다 프랑스 청년과 노동자들의 들끓는 저항에 부딪혀 결국 법안을 폐기하고 백기를 들었다. 고용시장의 유연성 확보 목표는 오히려 후퇴하고 시위 후유증만 남긴 사건이다.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밀어붙이기식 개혁이 결국 시민의 반발만 불러온다는 점은 역사의 반복이 던져주는 팩트다.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