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용선료 인하 안돼...배 가져갈 수밖에"

한진해운 최대선주 '시스팬'

한진해운의 최대 선주(船主)인 캐나다 시스팬이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 협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오는 7월 말까지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 짓고 회생작업에 속도를 내려던 한진해운의 정상화 방안에 난관이 예상된다.

게리 왕 시스팬 회장은 17일 영국의 한 해운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진해운을 지원하고 싶지만 한진해운이 우리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선다면 선박을 회수(withdraw)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국제규범을 지켜야 한다”며 “용선료 인하가 당연한 법적 권리인 것처럼 거론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14일 왕 회장을 서울에서 직접 만나 협상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한진해운은 “왕 회장이 조 회장과 면담한 뒤 용선료 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과 시스팬 간의 용선료 협상이 한진해운 정상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0척의 컨테이너선을 거느린 세계 최대 선주회사 시스팬과의 협상이 다른 21개 선주사와의 협상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 협상에서 보듯이 선주사마다 입장이 달라 일괄타결이 어려운 구조지만 시스팬이 전향적 자세로 돌아서면 나머지 선주들도 용선료 조정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사 협상에서 한진해운이 꺼내 들 카드가 없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현재 시스팬은 한진해운에 1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컨테이너선 7척을 빌려줬는데 모두 상대적으로 대형 선박인데다 연료효율도 나쁘지 않아 시장 수요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시스팬은 한진해운에서 배를 회수해 다른 해운사에 빌려줘도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용선료를 맞출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선은 벌크선과 달리 다양한 화주들의 물건이 뒤섞여 실리기 때문에 만약 선박이 실제로 회수돼 화물운송에 차질을 빚을 경우 국제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왕 회장의 인터뷰 직후 한진해운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시스팬과는 계속 용선료 조정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외 언론이 단순히 ‘인하’라고 보도하자 이에 대해 용선료를 깎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인터뷰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협상은 단순히 용선료를 경감하는 것이 아니라 인하분을 출자 전환하는 등 일종의 채무구조 조정작업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한진해운은 이날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회사채 1,900억원어치(71-2회차 무보증 공모사채)의 상환기한을 이달 27일에서 9월27일로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사채권자들은 99.6%의 찬성률로 만기연장안을 가결했다.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은 “경영악화로 채권자들의 우려를 키운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이른 시일 내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진해운은 지난달 19일 올해 첫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해 358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4개월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이들을 포함해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사채 약 4,568억원에 대한 만기연장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서일범·이종혁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