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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전 납북된 아버지를 돌려주세요"

"정부 무관심 속 아버지 잊혀

국제협약대로 납북자 송환을"

아들 황인철씨 애끓는 호소

1969년 대한항공 납북 피해자 황원(당시 MBC PD)씨의 아들 황인철씨가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아버지의 송환을 촉구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호소했다. /연합뉴스




“47년 전 납북된 아버지를 돌려보내주세요.”

17일 황인철(49)씨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납북된 아버지 황원(당시 32세)씨의 송환을 호소했다.

이날 황인철씨와 가족, 탈북자 지원단체 TNKR(Teach for North Korean Refugees) 회원 등 10여명이 납북자 귀환을 기원하기 위해 모였다.

지난 1969년 12월11일 당시 MBC PD로 일하던 황원씨는 출장차 강원도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소속 YS-11 항공기에 올랐다.

항공기는 이륙 25분 만에 대관령 상공에서 고정간첩 조창희(당시 42세)에 의해 북으로 납치됐다. 황원씨 등의 승객과 승무원 50여명은 순식간에 납북자 신세가 됐다.

북한은 이 사건으로 정치적 흥정을 하려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이듬해 2월 50명 중 39명을 판문점을 통해 귀환시켰다. 하지만 황원씨는 귀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아들 황인철씨는 “당시 돌아온 다른 승객에게 물어보니 아버지는 납북됐을 때도 당당히 북한 정권에 항의하고 세뇌 사상 교육을 받을 때도 북한 체제의 모순점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다 끌려가실 정도로 기개가 있으셨다”고 전했다.



황원씨는 이후 1970년 1월 ‘가고파’ 노래를 부르다 북측에 적발돼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갔다고 했다. 그해 2월 송환된 승객들조차 황원씨의 행적을 알지 못했다.

1969년 대한항공 납북 피해자 황원(당시 MBC PD)씨의 아들 황인철씨가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아버지의 송환을 촉구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며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인철씨는 “2010년 6월에는 유엔 산하 실무그룹을 통해 북한에 부친의 생사 확인을 요청했지만 북한은 2012년 이들(KAL기 납치 피해자)은 강제 실종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런 (미귀환) 사례는 적대세력에 의한 정치적 음모이고 황원씨의 생사는 확인 불가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이 흐르고 정부의 무관심으로 아버지는 잊히고 있다”며 “어린 자녀를 두고 북한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황인철씨는 이날 “국제협약에 따라 아직 돌아오지 못한 KAL기 납북자 11명은 돌아와야 한다”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호소하는 편지도 낭독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사진 한 장을 쥐고 있었다. 납치되기 전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웃고 있는 황원씨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사진 속 두 살 꼬마였던 황인철씨는 어느덧 헤어지기 전의 아버지보다 늙어버렸다./장현일기자 hich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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